북한 김계관 “미국이 우리 체면 살려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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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13일 방중했던 김계관(사진) 북한 외무성 부상이 “북한의 체면을 살려줄 것을 미국에 촉구해 달라”고 중국에 요청했으며, 중국은 김 부상에게 “북한은 유엔의 대북 제재 해제 요구를 앞세우지 말라”고 강하게 요구했다고 서울과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이 24일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김 부상은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한반도 사무특별대표 측을 만나 “북한은 6자회담에 나갈 의향이 있으나 (그 전에) 미국이 북한의 체면을 살려주는(saving-face) 조치를 하도록 촉구해 달라”고 요청했다. 소식통은 “김 부상이 말한 ‘체면을 살려주는 조치’란 북한이 6자회담 복귀 조건으로 요구해온 제재 해제·평화협정 회담에 미국이 전향적 입장을 보이는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은 “김 부상이 6자회담 복귀 의사를 꺼내놓긴 했지만 전체적으론 기존의 북한 입장에서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 우다웨이 대표 측은 김 부상에게 “유엔 안보리의 제재를 해제하려면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걸린다”며 미국에 제재 해제 요구를 앞세우지 말라고 집중 설득했다고 한다. 베이징 외교가에선 “김 부상의 방중 이후 북한이 제재 해제 요구를 완전히 철회한 건 아니지만, 그 발언의 강도가 눈에 띄게 부드러워졌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베이징의 또 다른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을 다시 받아들이면 비핵화 진전에서 의미 있는 조치로 (한·미에서) 평가될 수도 있을 것”이라 말했다.

베이징에서의 한·중 북핵 협의를 마치고 이날 귀국한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기자들에게 “(6자)회담에 대한 약간의 진전된 흐름이 엿보인다”고 밝혔다.

서울=강찬호 기자,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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