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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캐나다 뺀 중남미 32개국 ‘새 아메리카 기구’ 창설 선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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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중남미 국가들이 미국·캐나다를 제외한 새 아메리카 지역기구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기존 미주기구(OAS)와 별개로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연안 국가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조직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중남미 32개국 정상은 23일(현지시간)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이같이 합의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새 기구의 이름은 정해지지 않았다. 이번 합의를 주도한 멕시코의 펠리페 칼데론 대통령은 “새 기구는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국가 간 협력 증진에 기여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이번 회의에 참석한 정상들은 최근 남대서양 포클랜드 연안 석유 시추를 놓고 불거진 영국과 아르헨티나 간의 갈등과 관련해 “아르헨티나의 합법적 권리를 지지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새 기구의 출범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도 많다. 대표적인 문제가 OAS 대체 여부다. 콜롬비아 등 친미 국가들은 OAS는 그대로 존속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베네수엘라·볼리비아 등 좌파 국가들은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OAS를 해산하고 새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며 “콜롬비아는 미국의 스파이”라고 몰아붙였다.

또 다른 변수는 앙숙 국가들 간의 감정 싸움이다. 지난해 무역 분쟁을 벌인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 정상은 22일 만찬장에서 ‘막말 설전’을 벌였다. 알바로 우리베 콜롬비아 대통령은 차베스에게 “사나이가 돼라”고 비아냥거렸고, 차베스는 “지옥에 가라”고 받아쳤다. 한편 미국은 중남미의 새 지역기구 출범과 관련해 “OAS를 대체할 가능성은 없다”며 느긋한 입장이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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