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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호 기자의 현문우답 <75> 예수의 외국어, 내 안의 모국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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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풍경1 : 기독교의 방언을 아시나요? 때로는 외국어, 때로는 자신이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이 입에서 줄줄 나오는 겁니다. 어떤 이는 그걸 ‘성령의 은사’라 하고, 어떤 이는 ‘하늘의 언어’라고 하죠. 또 어떤 기독교인은 방언에 대해 의문과 의심을 제기합니다. 이들은 “초대교회 시절의 성령 은사는 오늘날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죠. 심지어 방언을 부추기는 걸 “이단적이다” 혹은 “영적인 허영”이라며 비난하기도 하죠. 이처럼 방언은 기독교 역사에서도 오랜 논쟁거리입니다.

#풍경2 : 그럼 방언의 본래 뜻은 뭘까요? 신약성경이 처음 기록된 그리스어로는 ‘글롯사(glossa)’입니다. 혀, 사투리, 이방인의 언어, 외국어란 뜻이 담겨 있죠. 해석은 여럿이지만 공통분모가 하나 있죠. 다름 아닌 ‘방언=알아듣지 못하는 말’이란 겁니다. 그게 ‘랄랄랄랄라’ 하는 식이든, 생전 처음 듣는 외국어든, 정말 하늘의 언어든 말이죠. 그래서 ‘현문우답’은 물음을 던집니다. 방언이란 뭘까. 진정 우리가 알아듣지 못하는 말은 뭘까. 제주도 토박이가 내뱉는 사투리를 들어본 적 있나요? 다들 고개만 갸우뚱하죠. 못 알아들으니까요. 그래서 방언이죠. 기독교의 방언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그래서 다시 묻습니다. 우리에게 가장 낯선 언어는 뭔가. 낯선 땅에 대한 낯설디 낯선 소리가 대체 뭔가. 그래서 고개만 젓게 되는 소리, 그게 대체 뭔가. 맞습니다. 다름 아닌 ‘예수의 말씀’입니다. 성경 속 예수의 말씀이야말로 우리에겐 ‘사투리 중의 사투리’입니다. 암만 들어도 그 뜻을 알아듣지 못하기 때문이죠.

2000년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사람들은 예수의 말씀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너희 가운데 첫째가 되려는 이는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 뜻대로 하소서.” 말씀마다, 구절마다 온통 물음표투성이죠.

왜 그럴까요. 아담과 이브의 후예가 사는 방식, 우리가 사는 방식과 너무나 다르기 때문입니다. 누구도 이웃이 내 몸이 되게끔 살지 않죠. 어느 누구도 가난한 마음을 향하지 않죠. 어떤 사람도 자처해서 남의 종이 되지 않죠. 어떤 부모도 그렇게 살라고 가르치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예수의 말씀은 ‘이방인의 언어’일 뿐입니다. 그러니 방언이죠. 내 손으로 짚고, 내 눈으로 읽고, 내 귀로 듣고도 그 뜻을 모르니 방언이 되는 겁니다.

듣고 보니 절망적이세요? 그렇진 않습니다. 예수의 방언은 ‘영원한 방언’이 아니기 때문이죠. 그 방언이 터져서 모국어가 되는 순간이 있으니까요. 그게 바로 부화의 순간입니다. 예수의 말씀이 ‘탁!’하고 깨져서 부화하는 순간이죠. 그때 말씀이 생명이 되는 겁니다. 성직자든, 평신도든 그걸 위해서 묵상을 하고, 피정을 하고, 기도를 하고, 나눔을 갖는 거죠.

성경에도 분명히 기록돼 있습니다. “일만 마디 방언보다 깨달은 마음으로 하는 다섯 마디 말이 더 낫다.”(고린도 전서 14장19절) 그러니 따져봐야죠. 진짜 방언이 뭔가. 진짜 하늘의 소리가 뭔가. 예수는 하늘과 하나 되신 분이죠. 그러니 그의 입에서 무슨 소리가 나오겠습니까. 하늘의 소리가 나오는 거죠. 그런 하늘의 소리를 모은 책이 바로 성경입니다.

문제는 그 책이 우리에겐 ‘사투리 모음집’ ‘방언의 집합체’란 겁니다. 그럼 어찌할까요. 어떡해야 ‘예수의 외국어’가 ‘내 안의 모국어’로 바뀔까요. 그 구체적인 지침서가 어디에 있을까요. 그 역시 성경에 있습니다. 예수는 세세한 방법론까지 제시를 했습니다. 그게 뭐냐고요? “이웃을 네 몸으로 여겨라. 하나로 보고, 하나로 생각하고, 하나로 행동하라” “마음을 가난하게 하라. 쌓아두지 마라” “불완전한 네 뜻을 무너뜨려라. 그럼 완전한 아버지의 뜻이 드러난다.” 문제 속에 답이 있고, 답 속에 문제가 있죠. ‘예수의 외국어’도 우리가 생활 속에서 하나씩 행할 때 ‘내 안의 모국어’로 바뀌는 싹이 트겠죠.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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