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팬암기 폭파범 최종판결 임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캠프자이스트(네덜란드) AFP=연합] 1988년 스코틀랜드 로커비 상공에서 영국에서 미국으로 가던 미국 팬암기를 폭파해 승객.승무원 2백59명 등 2백70명의 인명을 앗아간 혐의로 기소된 리비아인 피고인 두명 중 한명에게 31일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재판을 주관한 스코틀랜드 재판부는 리비아 정보기관원 압델 바세트 알리 알 메그라히(48)의 혐의를 인정, 최소한 20년을 복역해야 가석방을 고려할 수 있는 종신형을 선고했다. 다른 피고인인 라멘 할리파 피마흐(44)는 무죄를 선고받아 즉시 리비아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리비아 공항에서 보안 임무를 맡았던 메그라히가 몰타 공항에서 한 항공기에 폭약이 장착된 녹음기를 넣은 화물을 실어 런던 히드로 공항에서 팬암기로 옮겨지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로커비 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88년 미국 군함에서 실수로 발사된 로켓에 이란 여객기가 격추된 직후 일어나 미국과 영국은 그동안 리비아 정보기관이 개입한 아랍권의 보복이라고 주장해왔다.

재판부는 이날 "폭파사건의 계획과 실행은 리비아에서 비롯된 것으로 명백히 추정된다" 고 밝히며 리비아가 사건의 배후세력임을 시사했다.

이로써 13년만에 이 사건은 일단락됐으나 유죄를 선고받은 메그라히가 항소할 방침인 데다 미국 정부가 이 사건으로 비롯된 리비아에 대한 제재조치가 계속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판결이 나오자 유엔주재 리비아 대사는 "우리 정부는 이 일에 관여하지 않았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미국의 태도에 변화가 있기를 기대한다" 며 미국과의 관계개선 의사를 피력했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은 리비아 정부가 사실을 시인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영국 정부는 "리비아는 유족에게 모두 7억달러의 보상금을 지급하라" 고 요구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 사건으로 92년 리비아에 대한 자산동결과 민간항공기 운항 및 무역금지 등의 제재조치를 가했다가 99년 4월 리비아가 이날 재판을 받은 두명의 피고인을 인도하자 제재 유예처분을 내렸다.

이번 재판은 리비아가 공정한 재판을 위해 중립국에서 열 것을 주장해 네덜란드에서 진행됐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