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장관 남편 "내가 뒷바라지 할 차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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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내 옥바라지를 해주던 아내도 다른 사건으로 투옥하게 됐을 때 가슴 아팠던 것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습니다. "

"남편이 하는 일을 믿었고, 사랑했죠. 옥바라지를 한다는 것보다는 둘이 함께 일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29일 취임한 한명숙 초대 여성부 장관 부부는 사랑과 고통을 함께 했던 순간을 이렇게 회고했다. 13년간 옥바라지를 한 아내에게 뒷바라지한다는 심정이었을까.

韓장관의 남편 박성준(61.성공회대 강사)박사는 28일 청와대로부터 언질을 받은 아내 대신 집에서 일일이 전화를 받고 답변해주는 등 비서 노릇을 완벽히 수행했다.

이들 부부의 결혼생활은 한 편의 드라마 같다.

서울대 경제학과, 이화여대 불문과 시절 미팅에서 만난 두 사람은 1967년 결혼했으나 남편이 68년 통일혁명당 사건에 연루돼 투옥하면서 신혼은 6개월 만에 끝났다.

10년이 넘게 남편을 옥바라지하던 아내. 그러나 그녀 역시 79년 크리스챤 아카데미 사건으로 투옥, 2년을 복역했다.

출옥 후 뒤늦게 얻은 아들에겐 두 사람이 나란히 성을 붙여 '박한길(16)' 이란 이름을 지어줬다. 여성운동가의 가정생활이 궁금하다는 질문에 韓장관은 "가정에 평화가 있기까지 우리에게는 수많은 '세미나' 와 '투쟁' 이 있었다" 면서 "지금은 함께 1백% 믿고 이해하며 지내고 있다" 며 웃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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