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개혁·개방물결 거세질까] 외자유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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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북한은 앞으로 외자(外資)유치에 발벗고 나설 게 확실시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추진하는 상하이(上海)식 개방모델을 도입하기 위해선 종잣돈 마련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그동안 외환법.외국인기업법.합작법 등 10여개의 법률을 새로 제정했다.

외자유치를 책임진 대외경제협력추진위원회의 노력이 일부 결실을 거두기도 했다.

태국의 통신회사인 록슬리 퍼시픽사로부터 지난해 7월 1천6백만달러(약 1백80억원)를 유치, 정보통신사업에 나선 것이 그것이다.

대북 투자의 대부분이 60만~70만달러 규모의 소규모 수준임을 감안할 때 이는 상당히 큰 투자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중국과 비교할 때 북한의 외자유치 노력은 '걸음마' 수준이다.

1980년 경제특구를 설치한 중국은 '대만동포 투자우대법' 등을 제정, 파격적인 조건으로 해외자본을 끌어들였다.

그 결과 베이징(北京)은 80~86년에 2천8백만명의 해외 중국인들로부터 17억3천만달러를 유치할 수 있었다.

반면 91년 나진.선봉특구를 설치한 북한은 6년간 고작 6천2백만달러를 유치하는 데 그쳤다.

북한의 엄청난 외채도 외자도입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북한의 외채는 1백23억달러(99년 기준)이며 평양의 신인도는 세계 최하위다.

영국.프랑스.독일 등 서방 17개국 1백여개 은행으로 구성된 채권단은 90년 8월 국제상공회의소 산하 중재 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해놓은 상태다.

또 북한의 후진적인 경영 풍토도 외국 투자자들로 하여금 투자를 꺼리게 만드는 요인이다.

북한은 84년 합영법 제정 이래 조총련 사업가들로부터 1백16건 1억5천만달러의 외자를 유치했다.

그러나 지금 정상 가동되는 것은 모란봉합영회사 등 몇개에 불과하다.

당초 약속과 달리 '애국공장' 이란 미명하에 조총련 사업가들에게 경영권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 방문 중 金위원장이 벌인 활동을 감안할 때 북한은 외자유치에서 획기적인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金위원장이나 고위관리들이 해외에서 아시아개발은행 총재나 기업가들을 직접 만나 대북 투자를 권유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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