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북 잇단 접촉 … 긴박한 베이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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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6자회담 당사국 고위 관계자들의 ‘베이징(北京) 행차’가 잇따르고 있다. 의장국인 중국을 무대 삼아 미국·한국·북한의 고위급 인사들의 연쇄 접촉이 속속 이뤄지고 있다. 이 때문에 15개월 넘게 공전해 온 북핵 관련 6자회담의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3월 말이나 4월 초에는 6자회담 재개가 가능할 것이란 다소 성급한 관측도 나돌고 있다.

6자회담 한국 측 수석대표인 위성락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23일 오후 중국에 도착했다. 위 본부장은 출국에 앞서 “지난해 12월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 이후 6자회담 참가국이 기울여 온 노력을 점검하고 최근의 북·중 협의 결과를 파악하기 위해 방중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후 중국의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 특별대표를 만났다.

김영일 북한 노동당 국제부장은 이날 오전 베이징에 도착, 인민대회당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면담했다. 양측은 이날 회동에서 양국 관계 발전과 지역 평화 및 안정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중국 신화통신이 전했다. 김 부장의 방중이 6자회담 재개 논의가 한창인 민감한 시점에 이루어진 만큼 그가 핵 문제와 관련한 북측 지도부의 메시지를 휴대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 김 부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 의지가 담긴 친서를 후 주석에게 전달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지난 6~9일 방북한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김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후 주석의 초청 의사를 담은 친서를 전달한 데 근거한 것이다. 보즈워스 특별대표도 한국·일본에 앞서 24일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적극 중재 나선 중국=의장국인 중국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은 춘절(春絶:설) 연휴가 시작되기 직전이었던 6일 왕 부장을 북한에 파견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하도록 했다. 그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6자회담 재개를 위해서는 당사국들의 진정성이 중요하다”고 운을 띄웠다.

우다웨이는 춘절 연휴 전 김 부상을 만나 북한의 의중을 집중 파악했다. 중국은 북한의 입장을 한국·미국 등 다른 당사국들에 요로를 통해 전달하고 미국·한국 고위 외교관을 베이징으로 초청했다.

◆조건 절충 이뤄질까=관심의 초점은 중국이 어떤 절충안을 마련했느냐다. 베이징 소식통은 “북한과 한·미가 회담 재개의 전제 조건으로 제시해 온 문제들을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예비 접촉 테이블’에 올려놓고 허심탄회하게 논의해 보자는 절충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한국과 미국은 그동안 북한의 비핵화 노력이 실질적으로 진전돼야 6자회담을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강조해 왔다. 반면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를 해제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면 6자회담에 응할 수 있다고 맞서 왔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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