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는 선언적 … 실현 불투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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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는 지난 대통령 선거기간 중 집권하게 되면 총 25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오히려 일자리가 4만개나 줄었다. 5년 임기 동안 새 일자리 250만개가 생기려면 올해부터 4년간 254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앞으로 5%대의 잠재성장률 달성이 힘겨울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 공약이 실현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참여정부가 지난 대통령 선거 때 내세운 공약 중 10개 재정사업은 내용이 추상적이거나 재정여건 때문에 실천하기 어려운 것으로 정부의 자체 분석결과 나타났다.

20일 기획예산처가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대선 때 노무현 대통령이 밝힌 주요 재정 관련 핵심 공약 63건을 예산처가 검토한 결과 10건은 장기적.선언적 공약으로 분류돼 단기적으로 실천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인 부품.소재 공급기지로 도약한다거나 세계 최고의 디지털 강국을 실현하겠다는 공약은 내용이 워낙 추상적이라 공약을 달성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것으로 분류됐다. 정보기술(IT) 강국 건설이나 주력 기간산업의 세계 최강화 같은 공약도 선언적인 공약에 그쳐 사후 평가가 곤란한 것으로 분류됐다.

교육재정을 국내총생산(GDP)의 6%로 끌어올리겠다는 공약은 현재의 재정 여건을 고려했을 때 단기적으로는 불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 내년 교육예산은 26조원에 그쳐 GDP 대비 4.2%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6%로 끌어올리려면 교육 예산을 42조원으로 늘려야 하는데 현재의 재정여건상 불가능한 금액이다.

현재 일반회계 대비 5% 안팎인 연구.개발 예산을 7% 선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공약도 재정여건을 고려했을 때 단기적으로는 불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 매년 연구.개발 예산만 추가로 2조~3조원을 늘리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기획예산처는 또 ▶문화재 보존기금 설치 ▶장애인 연금제도 도입 ▶의료분쟁조정법 제정 등 6건의 공약에 대해서는 부처 간 또는 사회 이익집단 간 이견을 먼저 조정한 뒤 추진할 수 있는 사업으로 꼽았다.

그러나 호남고속철도 신설, 진료비 본인부담 상한제 도입 등 37개 공약은 법과 제도만 정비되면 예산편성 때 반영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대선 공약 검토는 지난해 5월 국무조정실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작성한 핵심 공약을 기획예산처에 분석해 달라고 의뢰한 것이다.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장기적.선언적 공약의 실천계획이 수립되면 국가재정운용계획 수립 및 예산편성시 우선 반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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