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몰 '울며 겨자먹기' 분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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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테마상가(쇼핑몰) 분양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경기 침체로 미분양이 늘고 있지만 시장이 좋아질 기미가 안 보이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분양을 쏟아내는 것이다. 내년 4월 시행될 예정인 상가 후분양제도 밀어내기식 분양에 한몫하고 있다.

상가114에 따르면 올 들어 분양에 들어간 테마상가는 40~50여곳에 이른다. 지난해부터 미분양됐거나 앞으로 나올 물량을 합하면 70~80여곳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투자자 입장에서 선택의 폭은 넓어졌지만 경기 침체에다 공급 과잉 등으로 수익률은 떨어질 수 있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 경기 나빠도 분양한다=서울 관악구 신림동 아데나타워는 올 봄부터 분양시기를 저울질해오다 이달 말 분양하기로 했다. 분양면적이 넓어(연면적 1만2000평) 시장이 좋아지기만 기다렸지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다. 분양을 맡은 해밀엠씨에이 김기철 사장은 "내년 상반기 시장을 지금보다 비관하는 시각이 많아 지금 시작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포시 북변동 데이데이 아웃렛 쇼핑몰은 지난 5월 첫 분양할 때 분양이 안돼 사업을 접었다가 최근 재분양에 들어갔다. 세웅건업 정진옥 이사는 "분양경기가 좋지 않지만 공사가 계속 진행되고 있어 일정을 늦출 수 없다"며 "상가는 아파트나 토지에 비해 규제가 적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전했다.

송화인베스트먼트가 시행하고 대성산업이 시공하는 경남 거제시 신현읍 오션플레이스도 23일 분양에 들어간다. 연면적 1만8000여평의 대규모 사업으로 회사는 해를 넘기지 않고 최대한 빨리 분양을 끝내기로 했다.

내년 4월 도입되는 상가 후분양제도 상가 공급을 앞당기게 하고 있다. 연면적 3000㎡(909평) 이상 상가는 골조공사의 3분의 2 이상 마친 뒤 해당 자치단체에 신고를 해야 분양할 수 있다. 착공과 동시에 분양하려면 신탁회사에 토지 및 자금관리 신탁을 맡기거나 보증보험회사의 분양보증을 받아야 해 지금보다 자금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 투자 조심해야=전문가들은 테마상가가 공급 과잉을 빚고 있는 곳이 많아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S, 서울 명동 A, 광명시 P.C 테마상가 등은 개점 후에도 매출이 저조해 현재 30% 이상은 비어 있다.

테마상가의 메카였던 서울 동대문과 남대문시장조차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장사가 되지 않아 문을 닫는 곳이 늘고 있다. 상가분양 전문업체 P사 관계자는 "테마상가의 잇따른 물량공세로 미분양이 쌓여 있다"며 "실물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한 투자수익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후분양제가 시행돼 상가 공급 물량이 준다 해도 수익성이 나아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본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확실한 상권이 보장되는 곳만 노리라고 권한다. 상가114 유영상 소장은 "독점 상권이 보장되거나 개발 잠재력이 큰 곳, 공짜 부대시설이 많아 사람을 쉽게 끌어들일 수 있는 곳 에만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미숙 기자

*** 테마상가 투자 체크포인트

.등기부등본 떼어보고 시행사 명의 토지 매입 여부 확인해야

.인근에 있는 백화점.할인점과 업종 비슷한 상가는 피해야

.매장 수 많은 곳보다 무료 부대시설 충분해 집객효과 뛰어난 상가 유리

.독점 상권 보장되는 곳, 개발 잠재력 큰 곳 노려야

.멀티플렉스 영화관과 상가 매출은 별개인 곳 많다는 점 명심

.어린이용품, 스키 돔, 아웃렛 등 테마도 지역별로 옥석 가려야

.업체가 보장하는 임대 수익에 무조건 속지 않도록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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