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볼만한 애니메이션·비디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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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설 연휴를 맞아 인류와 세계, 인간과 환경, 나와 자연을 되돌아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 두편이 비디오로 출시됐다.

일본 애니메이션 매니어들에게 예전부터 유명한 'X' 는 '공각기동대' '신세기 에반게리온' 등과 맥을 같이 하는 세기말적 분위기를 맛보게 한다.

'청6호' 는 바닷 속을 배경으로 한 모험 만화영화로 연령층에 상관없이 볼 만하다.

프랑스 단편 애니메이션의 대가로 불리는 프레데릭 벡의 '위대한 강' 은 보기만 해도 푸근한 그림이 매력이다.

▶ 청6호〓환경오염이 극에 달해 한계상황에 부닥쳤을 때 인류는 과연 어디로 가야 할까.

지구 아닌 다른 별? 지하세계? 아니면 '걸리버 여행기' 에서처럼 하늘의 섬 라퓨타로?

하지만 어딘가를 발견한다 하더라도 인간의 끝간 데 모르는 욕심은 결국 그 새 터전마저도 더럽히지 않을까.

해양 만화영화 '청6호' (유림엔터테인먼트.사진)는 육지의 3분의2 이상이 바다에 잠겨버려 인류가 해저 세계로 옮겨가게 됐다는 가정에서 시작한다.

지키려는 쪽과 빼앗으려는 쪽이 대결하는 1960년대식의 단순한 줄거리지만 인간의 무분별한 행위의 결과로 맞게 될 참담한 미래에 경종을 울리기엔 충분하다.

해저의 치안경비를 맡고 있는 초국가적 조직 '청(靑)' . 이들의 적인 존 다이크는 원래 '청' 의 리더였지만 단물 빨아먹듯 자원을 고갈시키는 인간의 행태에 염증을 느끼고 '청' 에 반기를 든다.

그는 인간에 맞서기 위해 혹독한 기후에서도 견딜 수 있는 '뮤티오' 라는 변종 인간을 개발한다.

소형 병기를 몸에 부착한 뮤티오들과 일본 해상자위대에서 파견한 '청' 의 여섯번째 잠수함인 '청6호' 의 싸움이 끝도 없이 벌어진다.

'청6호' 는 2D와 3D를 결합한 디지털 애니메이션. 3D의 입체감을 최대한 살리면서 기계적인 느낌을 2D로 보완하는 방식이지만 기술적으로 크게 주목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중평이다.

등장 인물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마징가Z' 류의 고전적 줄거리로 연령층에 관계없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바닷 속에서 벌어지는 함대들의 격렬한 전투장면은 실사 영화처럼 박진감이 넘친다. 각 에피소드가 끝날 때마다 등장하는 주제곡도 빼놓을 수 없다. 일본어 가사가 빠진 채 경음악으로만 나오는 점이 아쉽다.

60년대 발표된 동명의 만화(오자와 사토루.전4권)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99년 부천(**산) 국제팬터스틱영화제에 출품, 화제를 모았다.

'건담' 으로 유명한 가이낙스사에서 독립한 곤조사가 만들었으며 '공각기동대' 제작진이 기획에 참여했다. 55분과 75분짜리 1, 2편으로 출시됐다.

▶ 위대한 강〓인간은 자연을 배신해도 자연은 인간을 저버리지 않는다.

문명의 역사를 뒤집어보면 자연을 할퀴어온 흔적의 연속이지만 자연은 특유의 자생력으로 넉넉하게 인간을 감싸안는다.

'나무를 심은 사람' 으로 잘 알려진 프랑스 단편 애니메이션의 거장 프레데릭 벡(77)의 마지막 작품 '위대한 강' (라바필름.사진). '개척' 이라는 미명 아래 자연을 오염시키는 인간과 이에 굴하지 않고 무한한 재생의 힘을 발휘하는 자연을 예술성 높은 화면에 담은 수작이다.

무대는 캐나다 퀘벡주를 흘러내리는 세인트 로렌스강. 인디언들은 풍요의 상징인 이 곳을 '위대한 강' 이라 부르며 신성시했다.

하지만 16세기 초 프랑스 탐험가 자크 카르티에가 상륙한 이래 인간은 이 곳에 공장을 세워 마구잡이로 나무를 베고 폐수를 방출하는 등 반(反)자연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벡은 무광택 필름 위에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는 기법으로 따뜻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선을 구사했다.

특히 도입부에 변성 기법(metamorphosis)을 써 강과 대지 등이 일그러지면서 분리됐다가 합쳐지는 장면은 이 작품의 백미다.

1993~94년 앙시.히로시마.오타와 등 세계 유수의 국제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교육용으로도 널리 쓰이는 벡의 작품을 자녀와 함께 감상하면 어떨까. 길이도 24분 분량으로 짧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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