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변태 '벗기기' 경쟁…인터넷 성인방송 '음란 바이러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17일 자정쯤 서울 신촌의 한 PC방.

10대가 인터넷 성인방송을 모니터에 켜놓고 보다가 '좀 더 보여주세요' 라고 자판을 두드린다.

그러자 여성 진행자(인터넷자키.IJ)가 "짓궂기도 해라. 그래 오늘은 내가 기분이 좋으니까 살짝만…" 하고는 천천히 속옷을 내린다.

'은밀한 곳이 드러날 정도의 심한 노출, 폰(phone)섹스, 속옷만 입은 채 방송진행, 성행위 장면, 불륜 현장 공개, 저속한 대화를 통한 성적 욕구 자극…' .

검찰의 일제 단속에서 밝혀진 인터넷 성인방송의 음란행위 실상이다.

인터넷 성인방송은 1999년 7월 출범 당시 여성 출연자의 상반신 노출 정도에 그쳤다.

그러다 업체들이 회원확보를 위해 선정 경쟁을 벌이면서 노골적인 성행위 장면 등 음란 정도가 더 심각해졌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성인방송은 월 1만~2만5천원의 이용료를 받고 회원을 모집하는 등 수익이 짭짤해 최근 6개월 사이에 25곳의 방송국이 더 생겨났다" 고 설명했다.

현재 50여곳이 성업 중이다.

음란성이 짙은 몰래카메라 위주로 방송을 편성한 한 업체는 사업시작 5개월 만에 회원 5만명을 끌어들이는데 성공, 매월 5억~7억원을 벌어들인다는 것이다.

검찰에 적발된 ㈜이지컴손이 운영하는 '몰카TV' 프로의 경우 이용자의 요구에 따라 여성 진행자가 자신의 속옷을 거의 다 벗는가 하면 자위행위 모습을 찍은 동영상까지 버젓이 방송한 것으로 나타났다.

㈜육구캐스트는 '마스크 걸' '원맨쇼' '야설쇼' '투고사진 게시판' 등을 통해 신체의 은밀한 곳을 노출시키거나 변태적인 성행위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방송한 것으로 검찰조사에서 밝혀졌다.

㈜스타2000은 연예인 얼굴 부분을 흐릿한 영상으로 처리하거나 합성한 뒤 '연예인 ○○○의 사생활' 이란 제목으로 성행위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방송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방송의 인기코너인 '황금박쥐' 는 외투만 걸친 여성 IJ가 길거리 남성 행인 앞에서 갑자기 알몸을 보여주고는 놀란 남성의 반응을 몰래카메라에 담아 방영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같은 성인방송에 출연하는 IJ의 상당수는 16㎜ 에로비디오 배우나 유흥업소 접대부 출신으로 월평균 3백만~4백만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문을 연 한 방송은 현직 패션모델과 탤런트들을 월 1천만원에 고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평.박재현.손민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