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혈액순환장애 속단 마세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9면

혈액순환장애만큼 남용되는 질병의 이름도 드물다. 만성피로와 어지럼증까지 만병통치약처럼 치료한다는 혈액순환개선제도 시판 중이다.

증상이 비슷해 정확한 진단을 받지 않고 약을 구입해 복용하는 사람들도 많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증상이 나타나면 혈액순환장애로 속단하지 말고 정확한 진단을 거쳐 치료받을 것을 권하고 있다.

혈액순환장애란 심장에서 나온 피가 동맥과 모세혈관.정맥을 거쳐 다시 심장으로 돌아오는데 문제가 생긴 질환.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 발생한다.

뇌졸중과 심장의 관상동맥질환이 대표적인 혈액순환질환이다. 발기부전과 다리의 피부 아래 푸른색 정맥이 불거져나오는 하지정맥류도 혈액순환장애다.

그러나 손저림증.만성피로.어지럼증.이명증은 모두 혈액순환장애가 아니다.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선우일남 교수는 "손저림증은 대부분 손목 사이를 지나가는 신경이 눌려 생기는 손목터널증후군" 이라며 "이 경우 혈액순환개선제보다 수술로 좁아진 손목터널을 넓혀주는 것이 정답" 이라고 밝혔다.

어지럼증과 이명증은 주로 귀의 문제다.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김종선 교수는 "어지럼증은 귓속에서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전정기관이, 이명증은 청신경이 바이러스 감염이나 약물 등 원인에 의해 손상받아 생기는 질환" 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의학잡지 BMJ는 최근 대표적인 혈액순환개선 건강보조식품으로 알려진 은행?추출물을 1천여명의 이명환자에게 12주 동안 투여했지만 치료효과가 없었다는 영국버밍엄의대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만성피로도 혈액순환장애로 보기 어렵다.

혈관초음파로 피돌기를 관찰할 경우 피로를 호소하는 환자와 정상인간 차이가 없다는 것. 뇌졸중과 관상동맥질환 등 혈액순환장애를 예방할 수 있는 대안은 금연과 운동, 기름진 음식을 피하는 것이다.

혈액검사상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면 약물을 복용해야 한다.

항산화비타민으로 널리 알려진 비타민E의 혈액순환 개선효과는 과신하지 않는 것이 좋다.

최근 영국의 의학잡지 랜싯은 50세 이상 4천5백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아스피린은 심장병 등 혈액순환장애의 사망률을 절반 이하로 감소시킨 반면 비타민E는 거의 효과가 없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진정한 혈액순환개선제는 아스피린이란 결론. 뇌졸중이나 심장병을 앓았던 사람은 재발방지를 위해 의사의 처방 아래 아스피린을 매일 복용하는 것이 좋다.

홍혜걸 기자.의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