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감독들 디지털 영화의 새로운 길 모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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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다큐멘터리의 시인으로 불리는 영국 감독 존 아캄프라(44), 대만 뉴웨이브의 차이밍량(蔡明亮.44), 중국 영화의 새로운 기수 자장커(賈樟柯.31). 이들이 제2회 전주국제영화제의 특별기획인 '디지털 삼인삼색' 의 감독으로 선정됐다.

이들은 세계가 주목하는 신진 감독들로 전주영화제의 위상이 지난해에 비해 훨씬 높아졌음을 보여준다.

전주국제영화제는 16일 오후 서울 시네큐브 광화문에서 영화제 핵심 프로젝트인 '디지털 삼인삼색' 제작발표회를 가졌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세 감독은 4월에 열릴 이 영화제에서 '공간' 을 주제로 한 30분 내외의 단편영화를 한편씩 선보인다.

지난해에는 박광수.김윤태, 중국 장위안(張元)감독이 맡아 국내 최초의 극장용 디지털 영화 'n' 을 선보였다.

영화제측은 올해 선정된 감독들이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만큼 작품의 완성도에 큰 기대를 걸고 있으며 각 영화제 출품과 극장 배급까지 고려하고 있다.

허우샤오셴(侯孝賢) 이후 대만 영화를 대표하는 차이밍량은 '애정만세' '구멍' 등으로 국내 관객에게도 익숙한 감독이다.

베니스영화제 금사자상, 베를린영화제 은곰상, 칸영화제 국제비평가협회상 등을 휩쓴 경력을 갖고 있다.

이번엔 '셀랑고르빌딩' (The Selangor Building)을 내놓는다.

차이밍량은 한 건물의 구조와 색채, 그리고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공기 등 다소 형이상학적인 상황을 디지털 카메라에 담을 계획이다.

차이밍량은 "다른 두 명의 감독과 함께 작업해 즐겁다" 며 "새로운 영역을 탐험하는 것은 도전적이며 매우 가치있는 일" 이라고 말한다.

그림 같은 독특한 이미지를 디지털로 표현한 작품으로 유명한 존 아캄프라 감독은 지난해 '폭동' 으로 전주영화제 디지털 영화 섹션 'N-비전' 대상을 수상했다.

이번에 준비하는 영화는 '나이트 워크(Night Work)' 로 웹 공간에서 만나 관계를 맺고 쾌락을 추구하는 세 남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디지털 공간의 의미를 살필 예정이다.

중국 사회에 대한 따뜻하면서도 냉철한 시선을 보여줬던 데뷔작 '소무' (1997년)로 프랑스 낭트 영화제 최우수 영화상을 거머쥔 자장커는 '공공장소(Public Space)' 란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

폐광 위기에 처한 내몽골의 다퉁 마을을 찾아 그들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을 작정이다. 집요한 관찰과 인터뷰를 통해 디지털 카메라의 진가를 발휘해 보겠다는 포부다.

이날 '디지털 삼인삼색' 제작발표회에 이어 '전주 국제영화제 2001' 개최 설명회도 함께 열렸다.

영화제 준비위는 지난해 영화제가 디지털 영화에 대한 논의를 활성화한 단계였다면 올해는 디지털 영화의 모든 가능성을 타진하겠다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프로그램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메인 프로그램' '섹션2001' '특별기획' 등으로 짜였으며 어린이들이 만든 디지털 작품을 상영하는 '디지털 1219' 가 새로 신설됐다.

또 홍익대 안상수 교수가 만든 새로운 영화제 로고도 선보였다.

'영화나라의 앨리스' 란 부제를 단 제2회 전주국제영화제는 4월 27일부터 5월 3일까지 7일간 1백50여편의 영화를 전북대 삼성문화회관과 시내 영화관 등에서 상영한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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