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철녀·여전사 누가 더 셀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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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루이나이웨이(芮乃偉)9단은 남성을 격파하고 정상에 오른 유일한 여성이다.

두뇌게임인 바둑에서도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남성과 여성 사이의 차이가 존재한다고 믿어왔는데 芮9단은 사상 최초로 "그런 것은 없다." 고 증명하고 나선 것이다.

이런 芮9단인지라 여성대회서는 거의 어린애 팔목비틀기 식으로 우승을 거둬왔다. 하지만 이런 루이의 전성시대도 영영 지속될 수는 없다.

루이의 나이는 어느덧 38세이며 무엇보다도 한국의 소녀강자들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어 이 둘 사이의 기울기는 언젠가는 역전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무서운 소녀강자들 중에서도 박지은3단은 조혜연3단과 함께 최강으로 꼽히는 18세 유망주다.

이미 조훈현9단 서봉수9단 유창혁9단등 정상급조차 한번씩 격파해 본 적이 있어 '어느 누구라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루이나이웨이와 박지은. 이 둘이 세계대회 흥창배결승전과 국내대회인 여류명인전 결승전에서 연속 맞붙는다.

지난 11일의 흥창배 준결승전에서 芮9단은 중국의 장쉔(張璇)8단을 불계로 꺾었고 박3단은 전 여류국수 윤영선2단을 2집반 차로 제쳤다. 바둑계는 이 둘의 대결을 매우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지난해 흥창배 결승에선 芮9단이 조혜연3단을 2대1로 꺾고 우승했다. 올해도 객관적인 전력은 芮9단이 박지은보다 앞선다.

지난해 성적을 보더라도 芮9단은 37승18패이고 박3단은 29승21패. 芮9단은 더구나 이창호9단과 조훈현9단을 연파하고 국수에 오르는등 큰 승부에 강한 강점이 있다.

게다가 芮9단과 박3단은 똑같이 전투형 바둑을 구사한다. 바둑계는 그래서 파워가 더 강한 芮9단을 '철녀' 라 부르고 박지은을 '여전사' 라 부른다.

박3단은 유창혁9단과 기풍이 닮았다 하여 '여자 유창혁' 이라고도 불린다. 아무튼 기풍이 닮았다는 점도 상수인 芮9단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하지만 한국기원의 고단자들은 이번 대결을 "만만치 않을 것" 이라고 보고있다.

芮9단이 최근들어 깊은 슬럼프에 빠져있다는 점을 그들은 중요한 변수로 꼽는다. 芮9단이 흔들리고 있는데 비해 박지은은 계속 상승 일로에 있다는 점이 무언가 사건을 만들어낼지 모른다는 것이다.

흥창배 결승3번기는 2월12일부터, 여류명인전 결승3번기는 이달 30일부터 시작된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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