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취소’ 풍랑 만난 조선업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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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수주 부진에 시달리는 조선업계에 악재 하나가 추가됐다. 계약 취소 사태에 대한 우려다.

독일의 선박금융업체 로이드 폰즈는 2010~2011년 인도 예정으로 2007년 한진중공업에 발주한 컨테이너선 8척 중 2척(3억1500만 달러)에 대한 계약을 최근 취소했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선박가격이 크게 하락해 은행에 추가 담보를 제공해야 하는 데다 선박펀드 판매까지 급감해 자금난에 시달린 탓이다. 세계 3위 컨테이너 선사인 프랑스의 CMA-CGM도 최근 한진중공업에 발주한 컨테이너선 1척을 인도받는 걸 거부해 계약이 취소됐다.

로이드 폰즈와 CMA-CGM은 한진중공업 외에도 국내 여러 조선사에 상당한 물량을 발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최근 독일의 선박펀드 HCI는 일시적 지급 불능을 선언하는 등 글로벌 조선 경기의 상황이 악화일로라는 점도 우려를 더하는 요소다.

교보증권 최광식 책임연구원은 “대규모 계약 취소는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한진중공업과 CMA-CGM의 사례에서 보듯 조선사는 취소 물량을 다른 선사에 되파는 형식으로 손실을 보전할 수 있지만, 발주처는 막대한 선수금을 고스란히 떼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에 로이드 폰즈가 계약 취소한 선박의 경우 선수금 비율이 낮아 취소가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로이드 폰즈와 한진중공업의 1차 선수금은 선박가격의 1.6%로, 국내 대형 조선사들의 선수금 비율보다 크게 떨어지는 수준이다.

한편 일부에선 수주가 간간이 이어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21일 앙골라 국영 석유회사 소난골로부터 16만t급 원유 운반선 5척을 4000억원에 수주했다고 밝혔다. 성동조선해양도 이날 일본 선주로부터 케이프사이즈급 대형 벌크선 4척을 2300억원에 수주했다고 발표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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