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장관 지명자 첫 사퇴 등 '부시호' 돛올리자 폭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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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부시호' 가 출항 전부터 거센 폭풍우에 시달리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당선자가 대표적인 여성 각료로 지명했던 린다 차베스 노동장관 지명자가 격랑에 밀려 중도 하선했다.

다른 각료 지명자들도 상원의 인사 청문회 인준이 쉽지 않아 보인다. 또 부시의 취임식 당일에는 수십년래 최대 규모 반대시위가 예정돼 있다.

◇ 노동장관 지명자 사퇴〓차베스는 9일 장관 지명자 자리에서 사퇴했다. 과테말라 출신의 불법 체류자를 고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지 이틀 만이다.

그녀는 "나 때문에 혼란이 생겨 부시 당선자에게 지명 철회를 요청했다" 고 말했다. 후임자에는 제임스 탤런트 전 하원의원, 리치 본드 전 공화당 전국위원장, 제니퍼 던 하원의원 등이 거론된다.

1991년부터 2년간 불법 체류자를 고용했었다는 설에 대해 그녀는 처음엔 "자선행위였다" 고 반박했다.

그러나 그녀에 대한 공격은 가라앉지 않았다. 그녀가 평소 최저임금제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표시하고 직장의 남녀 차별대우를 인정하는 듯한 극우성향의 노동관을 밝힌데 불만을 품은 진보세력이 총공세를 폈기 때문이다.

차베스 낙마의 여파는 작지 않을 것 같다. 극단적인 낙태반대론자인 존 애슈크로프트 법무장관 지명자나 기업의 환경관련 소송 방지 로비스트 경력이 있는 게일 노턴 내무장관 지명자가 다음 공격대상이 되고 있다.

◇ 대규모 시위〓제43대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는 20일 워싱턴DC는 시위대의 물결로 뒤덮이게 됐다. 베트남 반전 시위로 얼룩진 73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 취임식 이래 가장 많은 시위대의 집결이 예상된다.

흑인단체와 공화당의 보수적인 정책에 반대하는 여성단체.환경단체는 수만명을 동원할 계획이다. 시위대에는 99년 12월 시애틀 세계무역기구(WTO)회의를 무산시켰던 세계화 반대론자들도 대거 가세한다.

◇ 높아가는 우려〓뉴욕 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 등 주요 언론은 부시의 보수적 국방.외교정책에 우려를 표명하고, 각료진의 성향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취임도 하기 전 리더십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공화당에 우호적인 입장인 월 스트리트 저널도 9일 백악관 정책고문 캐런 휴스, 수석보좌관 칼 로브가 비서실장 앤드루 카드를 제쳐놓고 사실상 비서실장 역할을 하고 있어 정책 결정에 혼선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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