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영화 거장 오즈 회고전 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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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쉘 위 댄스' '으라차차 스모부' 의 수오 마사유키 감독은 자타가 인정하는 오즈 야스지로(1903~1963)의 후계자이다.

오즈의 스타일을 천연덕스럽게 차용한 '변태가족, 형의 새 색시' 로 주목받은 후 그의 영화에서는 언제나 오즈의 향기가 느껴졌다.

'러브 레터' 의 이와이 슌지 역시 기회만 있으면 오즈에 대한 존경심을 토로했다. 이와이가 그려내는 도시와 계절 풍경 중엔 오즈에게서 영감을 받은 것들이 많다.

비단 일본만이 아니다. 독일 감독 빔 벤더스의 걸작 중 하나로 꼽히는 '베를린 천사의 시' 마지막 자막에는 '오즈 야스지로, 그에게 이 영화를 바친다' 는 문구가 나온다.

미조구치 겐지.구로사와 아키라와 함께 일본 영화의 3대 거장으로 꼽히는 오즈. 그는 가족간 연대감의 상실에 초점을 맞춰 삶과 자연에 대한 순응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지극히 일본적인 세계관을 드러내지만 작은 이야기들을 깔끔하게 담아내는 형식미는 영화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영화 세계를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자리가 처음으로 마련된다.

지난해 말 '오슨 웰스 회고전' 을 기획했던 서울 시네마테크가 일본국제교류기금과 공동으로 두번째 마련한 기획 '오즈 야스지로 회고전' 이 12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다.

서울 시네마테크는 상영장소를 정동스타 식스 극장의 대관 일정이 맞지 않아 일단 아트선재센터로 옮겼다.

상영작은 오즈 최초의 걸작으로 꼽히는 '태어나기는 했지만' (32년)을 비롯, 명실상부한 그의 대표작 '도쿄이야기' , 드물게 불륜이란 소재를 다룬 '조춘(早春)' , 그리고 마지막 작품 '꽁치의 맛' 등 모두 11편이다.

회고전에 맞춰 일본 문학평론가이자 영화평론가인 하스미 시게히코의 저서 '감독 오즈 야스지로' (한나래.윤용순 옮김)도 발간될 예정이다. 02-720-8702.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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