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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트라베이스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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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오케스트라에서 지휘자는 없어도 되지만 콘트라베이스는 빼놓을 수 없다는 것을 음악을 아는 분이라면 누구나 인정할 겁니다. 콘트라베이스는 훌륭한 건축물을 떠받드는 기초와도 같습니다…. 콘트라베이스는 악기가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더 잘 들리는 특이한 악기입니다.자동차에 실을 때는 앞자리 오른쪽 의자를 떼어내어야만 하지요. "

파트릭 쥐스킨트의 모노 드라마 '콘트라베이스' (1984)의 한 대목이다.

작가는 높이 2m에 가까운 거구를 이끌고 오케스트라의 구석에 우두커니 서있는 이 악기에서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평범한 소시민의 일상과 생존과정을 발견한다.

쥐스킨트는 콘트라베이스 주자가 오케스트라 단원 생활을 그만두면 길바닥에 나앉게 되는 절망적인 상황이 온다고 말한다.

협연 무대에서 바이올리니스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게리 카(59)정도의 연주 실력이 아니라면 그도 그럴 법하다.

반면 콘트라베이스 주자 6명이 합세해 무대의 전면에 나서겠다고 '반란' 을 일으킨 경우도 있다.

1981년 크리스티앙 장테(파리음악원 교수)가 창단한 '콘트라베이스 오케스트라' 가 그 주인공. 오는 2월 2일 오후 8시 LG아트센터에서 첫 내한공연을 한다.

줄 위에 손가락을 살짝 얹고 활을 긋는 플라지올렛 기법으로 내는 하모닉스(사람 목소리의 가성에 해당하는 음색)까지 보태면 4옥타브의 넓은 음역으로 오케스트라를 방불케 하는 풍부한 사운드를 자랑하는 앙상블이다.

현을 손으로 뜯는 피치카토, 활의 탄력을 이용해 줄 위를 퉁기는 스피카토, 현의 진동을 몸체에 전달하는 브리지 부근의 줄을 마찰하는 술폰티첼로 등 다양한 주법으로 6명이 선율과 화음.리듬의 역할 분담을 해낸다.

손바닥으로 몸통을 두들기면 타악기가 따로 필요 없을 정도다.

자신있게 '콘트라베이스 오케스트라' 라고 이름붙인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적 감각과 힙합풍의 리듬이 돋보이는 '베이스, 베이스, 베이스…' 를 비롯해, 원숭이 울음소리를 내는 타악기 쿠이카 흉내를 내며 삼바풍의 리듬을 선사하는 '탱고' , 악기를 거꾸로 세우고 연주하는 '코라의 노래' 등 단원들이 직접 작곡한 음악들을 빈틈없는 앙상블로 들려준다.

이들은 무대에서 육중한 악기를 파트너삼아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춤을 춘다.

퍼포먼스에다 유머 감각과 무한한 상상력을 곁들여 클래식뿐 아니라 재즈.록.라틴음악에 이르는 다양한 레퍼토리로 관객을 안내한다.

여기에 발레나 팬터마임을 연상케 하는 연출 기법과 환상적인 조명은 콘트라베이스가 빚어내는 다채로운 음색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클래식 음악이 어렵다고 생각하거나 콘트라베이스를 음울하고 고집스러운 악기쯤으로 여기는 사람들의 선입견을 바꾸어 놓는다.

재즈 공연 못지 않게 흥겨운 무대를 선보이기 때문이다. 사실 콘트라베이스만큼 따뜻하고 표정이 풍부한 음색을 내는 악기도 없다. 02-2005-0114.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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