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올 MWC 화두는 대기업·중소기업 상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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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전시관의 모습에서도 변화가 느껴졌다. SK텔레콤은 전용관에는 유엔젤·텔코웨어·필링크 세 협력업체를 위한 공간을 만들었다. 유엔젤은 SK텔레콤의 이동통신지능망 개발업체로 새로운 문자메시지 서비스 기술을 선보였다. 필링크는 이통통신망과 연계해 e-북(전자책) 서비스 플랫폼을 공개했다. SK텔레콤의 전시관이 MWC 행사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제8관에 위치한 덕분에 이들 중소업체 파견 임직원들은 해외 바이어를 맞느라 분주했다. 삼성이 야심차게 내놓은 새 스마트폰 ‘웨이브’의 홍보관에는 국내 중소기업인들의 모습이 눈에 많이 띄었다. 삼성 관계자는 “앞으로 삼성의 독자 운영체제(OS)인 ‘바다’는 수많은 개발자가 참여해야 성공할 수 있다. 거기에 관심 있는 중소기업이 많다”고 전했다.

길 건너 제1전시홀의 ‘한국관’ 모습은 대기업관에 비해 한산한 느낌이었다. 이 전시관은 단독으로 전시시설을 차릴 수 없는 국내 11개 유망 중소기업들과 KOTRA가 공동 기획했다. ‘프리미엄 코리아(Premium Korea)’라는 슬로건을 내걸었지만 규모가 두 배나 되는 프랑스 국가관, 친환경 주제의 아일랜드관 등에 비해 관람객 발길이 뜸했다. 나름대로 애써 만든 전시관이겠지만 “대기업과 연계해 꾸몄으면 어땠을까” 하는 소감이 있었다. 최시중 방통위원장도 17일 한국관을 들러 뼈있는 한마디를 남겼다. “아름다운 가옥이 제값을 받으려면 주변 동네에 판자촌이 아니라 잘 정돈된 가옥들이 있어야 하듯이, IT산업 역시 대기업만 잘나갈 수 없고 중소기업과의 상생 모델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때마침 방통위는 5000억원을 모아 무선인터넷과 모바일 IT 강국 건설 열기에 불을 댕기겠다는 방침이다. 무선인터넷 시대를 맞아 업계 염원대로 2000년과 같은 벤처 붐이 다시 일기를 기대해 본다.

바르셀로나(스페인) 문병주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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