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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구호 국가대표팀 시급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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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차이점이 있다. 구호팀 파견과 관련해 별다른 국가적 선발기준이나 지원정책이 있지 않았다. 그 때문에 10여 개가 넘는 병원·종교·비정부기구(NGO) 등 개별 단체들이 국내에서 조율 없이 동시에 지진 현장으로 몰려들었다. 국가 차원의 지원을 받아서 산하 국제협력단체나 국제적인 NGO를 통해 구호팀을 단계별로 파견하는 미국·일본 및 여러 유럽 국가들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 이는 2004년 인도네시아 쓰나미, 2005년 파키스탄 대지진의 경우에도 다르지 않았다. 외국 구호팀들의 준비된 모습과 달리 우리는 ‘재난구호’라는 특수성을 잘 이해하지 못한 채 ‘의료봉사’ 수준을 반복해 왔다.

게다가 단체마다 매스컴에서 주목하는 재난 발생 초기에 경쟁적으로 구호팀을 파견하였고, 이후 지속적인 구호 및 지원 활동을 하는 곳은 많지 않았다. 물론 재난 현장에서 자신을 돌보지 않는 우리 구호팀들의 헌신적 활동에 대해 해외 언론과 현지 주민들의 반응은 항상 감동적인 사례로 남고 있다.

구호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가적 조율이 반드시 필요하다. 2005년 파키스탄 지진 구호 현장에서 이에 대한 공감대가 이미 형성됐었다. 재난지역에 대한 구호는 크게 3단계로 구분된다. 재난 발생 직후 초기 인명 구조와 이후 부상자에 대한 지속적 의료지원, 그리고 마지막은 이재민에 대한 생계지원과 재건이다. 이번 아이티 지진 현장에서 국제적인 해외 구호팀들의 활동을 곁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 그들은 나라는 달라도 유엔이나 CRI(Crisis Response International) 같은 국제기구 아래 우선 공조를 형성한 후 그들의 조율에 따라 역할을 나누는 효율적인 활동을 하고 있었다. 의료지원 활동의 경우 현지의 안전한 거점 병원을 나누어 맡아 기능을 회복시킨 후 구조팀들로부터 환자를 넘겨받는 이송체계 정상화에 우선점을 두고 있었다.

우리도 그들과 같은 체계적인 구호활동에 동참해야 한다. 이런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개별 단체가 아닌 국가적인 재난구호 대응체계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 주도하에 국제 구호팀들과 당당히 공조할 수 있는 각 병원의 경험 있는 의료진들로 구성된 재난 구호 국가대표팀을 만들어봄 직도 하다. G20 의장 국가라는 화려한 수식어 이면에 변변한 국제 재난구호 대응체계조차 없는 우리의 현실은 국제사회 속 어느 위치쯤에 서 있는 것일까.

박중철 고려대 구로병원·가정의학과 임상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