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부시맨' 인사청문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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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미 상원은 4일 도널드 에번스 상무장관 지명자를 필두로 조지 W 부시 대통령 당선자가 지명한 각료 15명 등 고위직 공무원들에 대한 청문회를 시작했다.

이번 청문회는 부시 정부하에서 공화.민주 양당이 협조관계를 이룰 수 있을지를 가늠할 시금석이다.

특히 대통령 취임식 당일인 20일까지는 민주당이 다수이고 앨 고어 부통령이 상원의장이어서 인준 거부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존 애슈크로프트(58)법무장관과 린다 차베스(53)노동, 게일 노턴(46)내무장관 지명자(사진)는 인권 및 환경단체 등이 거센 인준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다.

애슈크로프트 법무장관 지명자는 흑인.여성계.낙태운동가.인권운동가 등 진보세력의 집중 포화를 받고 있다.

애슈크로프트는 강간 등으로 인한 임신의 낙태도 반대하고 미주리 주지사 재임 당시 흑인 판사의 주연방법원 판사 임명을 거부하는 등 극우 성향을 보여왔다.

차베스 노동장관 지명자에 대해선 노동계가 거세게 반발한다.

그녀는 자신도 여성이지만 여성 노동자의 승진 차별 하소연을 비판하고 장애인법을 장애인에 대한 '특별대우' 라고 말하는 등 극보수다.

히스패닉임에도 불구하고 중남미계 이민자들로부터도 거부 당하고 있다. 미국 내 외국계 이민에 대한 특별우대조치 철폐를 주장하고 있어서다.

미국 노동총연맹 산업별회의의 존 스위니 의장은 차베스의 노동장관 지명이 "미국의 남녀 근로자들에 대한 모독" 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노턴 내무장관 지명자는 환경.법무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지만 정작 환경운동가들로부터는 배척 당하고 있다.

그녀는 1998년 환경을 오염시킨 사람도 이를 중단하고 오염물질을 제거하면 법적 제재를 피할 수 있도록 연방법규를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또 8년간 콜로라도주 법무장관 시절 사형선고에 대한 제소시한을 단축하는 등 범죄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취해 인권운동가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이에 앞서 부시 대통령 당선자는 차기 행정부의 고위직을 지명하기 전 입각 후보자들에게 과거 잘못을 전문 변호사에게 '고해' 토록 하는 등 잡음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측이 '청소 상담' 이라고 부른 이 인터뷰는 상원 인준과정에서 엉뚱한 비리가 불거져나와 인선 전체가 엉망이 되는 걸 막기 위한 조치다.

부시측의 아리 플라이셔 대변인은 "인터뷰가 매우 광범위하고 사적인 것" 이라며 자세한 내용을 밝히기 거부했다.

한편 부시 당선자는 2003년에 10년 임기가 만료되는 루이스 프리 현 연방수사국(FBI)국장에게 유임을 요청했다.

93년 빌 클린턴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프리 국장은 공화당과 가깝고 백악관의 지시에 반발하는 등 클린턴과 종종 마찰을 빚어왔다. 조지 테닛 CIA국장도 유임될 것으로 알려졌다.

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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