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서 '엄마! 십원만' 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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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헐벗고 굶주리던 1960년대-.

골목길 허름한 이발소, 아궁이 딸린 부엌과 석유 풍로, 운동회 모자.딱총, 손재봉틀, 축음기, 요강….

단돈 십원만으로도 뿌듯하고 넉넉하던 때였다. 모든 것이 부족했지만 사람 냄새 물씬 나던 시절이기도 했다.

당시 일상 생활에서 애용되던 필수품들은 이제는 퇴색하거나 사라져가는 '명품' 이 되고있다.

하지만 인천 신세계갤러리에서 14일까지 열리고 있는 60년대로 여행을 떠나보는 이색 근대생활 문화전인 '엄마! 십원만' 을 찾으면 그때의 '추억과 '향수를 느낄 수 있다.

이 전시회는 단순히 옛날 물건과 사진을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할아버지.아버지들의 손때가 묻고 행적을 담은 우리 가족의 과거사를 되짚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시되는 물건과 사진은 모두 1천여점. 민족미학연구소에서 생활문화를 연구하고 있는 김현철씨가 지난 20여년 동안 수집한 물품 4만여점 중 60년대에 관련된 것 들이다.

우선 그 시대 주택의 '안방' '공부방' '부엌' '이발소' 등을 그대로 재현했으며 당시 주민들이 사용한 말표 비누와 인형.라면.참빗 등이 놓여있다. 이 가운데 안방과 공부방은 방송국 셋트처럼 꾸며져 더욱 볼 만 하다.

한평 남짓한 안방에는 전화기.축음기.재봉틀.요강이, 공부방에는 낮고 허름한 책상과 장농, 라디오 등이 자리잡고 있다.

부엌은 찬장과 여러 조리기구들, 다양한 모양의 사기그릇들로 꾸며졌으며 이발소에는 철제 의자(바닥과 등받이는 가죽).가위.면도기 등을 갖춰놓았다.

학교 모형의 공간에는 지우개 달린 연필.몽당연필.나무필통 등 각종 학용품과 운동회 때 쓰던 모자와 줄넘기, 알루미늄 도시락들이 전시돼 있다.

또 할머니와 어머니들이 쓰던 화장품.거울.핸드백.양산.장신구와 60년대에 개봉됐던 한국영화 '여인의 장소' 등 포스터와 영상자료들도 구경할 수 있다.

이밖에 물을 긷기 위해 줄지어 늘어선 물동이와 주요 교통수단이었던 전차와 짚차, 취학 아동 급증으로 인해 실시된 2부제 학급, 동네사람들이 함께 모여 즐기던 흑백TV, 50년대 후반부터 등장한 만화방 모습 등을 담은 추억의 사진도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신세계갤러리 홍보담당 배은정씨는 "60년대 생활상을 엿볼 수 있게 해주는 이번 전시회는 어른들에게는 지나간 향수를, 아이들에게는 이색적인 볼거리를 제공해 주기에 충분하다" 고 말했다.

이 작품들은 인천을 시작으로 광주.마산.서울 등에서 순회 전시한다.

관람료는 무료. 개장시간 오전 10시30분~오후 8시. 032-430-1157

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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