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이승협 선수협 가입의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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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이승엽(삼성)의 선수협 가입은 '폭탄' 이다.

선수협으로서는 구단측의 시간끌기 작전을 무너뜨리고 구단을 초조하게 만들 수 있는 카드다.

가입 인원이 2백25명에서 2백26명으로 늘어났다는 수치상 무게보다 '국민 타자' 로까지 불리는 이승엽의 비중과 견고하던 삼성에 틈이 생겼다는 상징성의 의미가 크다.

앞으로 다른 삼성 선수들이나 요지부동인 현대 선수들도 이승엽의 선수협 가입으로 동요할 수 있다. '기폭제' 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구단측은 이승엽이 가입하지 않은 것보다는 못하지만 가입한 이상 '트로이의 목마' 가 되어 주기 바라는 눈치다.

이승엽이 "선수협에 가입하는 것만으로 내 역할은 끝" 이라고 전제 조건을 내걸면서 '적극적으로 선수협 활동에 나서지 않겠다고 못박았기 때문이다. 즉 강경 일변도인 선수협 온건파들이 늘어나 주기를 바란다.

'사단법인 절대 고수' 나 '훈련 전면 거부' 등의 강경노선을 걷지 않고 '6명 방출 결정 철회' 정도에서 '야구를 지켜야 한다' 는 명분이 살아나주길 기대하는 것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승엽을 방출할 경우 지난번 6명 방출보다 더 큰 파장을 불러올 것이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이승엽 가입 대응책을 결정하기 어렵다" 고 밝혔다.

이승엽의 가입으로 달라진 것은 없다. 아직은 연못에 던져진 작은 돌멩이다. 그러나 작은 돌멩이 하나는 곧 파장을 일으키며 연못 전체로 퍼져갈 것이다.

곧 구단 사장들이 모임을 가지고 문화관광부나 야구 원로 등이 중재에 나서 대화가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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