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교평준화 확대는 잘못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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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경기도 교육청은 2002학년도부터 성남.고양.부천.안양권 등 4개 지역에 고교평준화를 실시키로 했다. 각 지역의 학군을 단일학군으로 하되 구체적 배정방법은 내년 7월까지 확정해 발표할 방침이다.

우리는 이같은 고교평준화 확대조치가 가져올 학력의 하향평준화를 우려한다. 경기도 교육청은 여론조사에서 다수가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을 들어 고표평준화 계획을 확정했다.

물론 고교평준화가 학생들을 입시지옥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하고 교육기회를 균등하게 부여한다는 좋은 점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교육의 국제경쟁력을 생각한다면 고교평준화 확대는 지극히 무책임한 조치다.

20여년간의 하향평준화 정책으로 사실상 중등교육이 황폐화한 현실에서 잘못된 교육 내용을 뜯어고칠 생각은 않고 수의 논리와 겉포장만 근사해 보이는 평준화 정책을 다시 확대한다고 하니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고교평준화 확대는 다양하고 질 높은 교육에 대한 수요와 욕구를 결코 충족시키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반(反)시장적이다.

앞으로 크게 늘어날 다양한 교육수요를 흡수하고 중등교육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자립형 사립고.영재학교.특목고 등을 대폭 도입.확대해 나가야 하지만 아직도 이렇다 할 진전이 없다.

특수목적고도 본래 설립목적에 걸맞게 영재를 길러내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하고 입시에서 어떤 불이익을 줘서도 안된다. 획일적인 교육제도의 부작용은 크다.

학부모.학생들의 불신으로 해외유학과 이로 인한 외화유출, 공교육보다 사교육에 목을 매게 하는 기막힌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교육은 다수의 논리라는 손쉬운 잣대에 휘둘려선 결코 안된다. 그런데도 평준화의 병폐를 잘 아는 교육당국자들이 교육 경쟁력과 수월성(秀越性)를 해치는 방향으로 우리 교육을 몰아가고 있다. 교육당국이 평등의식이라는 허울좋은 명분에서 벗어나야 우리 교육이 살아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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