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계, MBC 시청거부운동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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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기독교계 내부에서 MBC시청거부운동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시청거부운동의 발단은 지난 19일 MBC 'PD수첩' 이 '한국의 대형교회' 란 제목의 고발 프로그램을 방영한 것이다.

이에 대해 교계의 대표적 단체들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한국기독교지도자협의회.한국기독교부흥협의회 등이 반발하며 시청거부운동을 결의하고 나섰고, 이같은 결정에 대해 교계내 젊은 목회자와 평신도들이 다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 단체 대표들은 '방영취소' 요구에도 불구하고 MBC가 방송을 강행하자 '한국교회 언론대책위원회' (위원장 김준곤 목사)라는 특별기구를 구성하고 21일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MBC가 기독교계의 간곡한 요청을 묵살하고 방영을 강행한 것은 한국 기독교 전체를 무시한 처사로밖에 이해할 수 없으며, 지극히 유감스러운 일" 이라며 4개항을 결의했다.

결의내용은 ▶시청거부운동 ▶광고의뢰 안하기와 광고된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모든 프로그램을 모니터, 국민정서를 해치는 프로그램 고발하기 ▶MBC규탄 기도회와 연합집회개최 등이다.

대책위 대변인 박영률 목사는 "기독교의 경축일인 크리스마스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일부 교회의 잘못 알려진 문제를 전체 기독교계의 문제인양 방송했다는 사실에 유감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며 "방송의 문제점에 공감한 교계 지도자들이 기독교계 공동대응이 필요하다는데 뜻을 같이 하고 성명을 채택했다" 고 밝혔다.

박목사는 이어 "보다 구체적인 활동방안에 대해서는 연초 교단 총회장들이 참석하는 확대회의를 열어 논의할 예정" 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교단 지도자급 목회자들의 움직임에 대해 진보적인 성향의 기독교 단체들은 "대형교회들의 잘못을 먼저 반성해야한다" 며 비판하고 있다.

사회참여를 강조해온 목회자 모임인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의장 김광수 목사)는 최근 '한국교회 언론대책위 구성을 개탄한다' 는 성명을 내놓았다.

협의회는 성명에서 "일부 한국교회의 부정적 일면을 방송한 것을 '한국교회에 대한 도전이자 선교방해' 라고 주장하는 논리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 고 밝혔다.

성명은 보다 직설적으로 "대형교회의 물량주의나 세습문제는 교회를 병들게 하는 암적 요소들로써 그 자체 한국교회의 선교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며 "방송은 마땅히 이런 문제를 취재.보도할 권리가 있으며, 교회는 언론을 탓하기 전에 스스로 반성해야한다" 고 주장했다.

기독교 NGO인 기독시민사회연대의 평신도협의회(회장 안창도)도 최근 성명에서 "이번 사태는 한국 교회가 권위주의적으로 운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판의 목소리가 없었기 때문에 생긴 문제" 라며 "일부 대형교회의 물량주의와 세습, 불투명한 재정운영 등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평신도들의 참여를 확대하는 교회내 민주주의가 확립돼야 한다" 고 주장했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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