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남북시대 송년특집] 북 사회 분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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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올해 북한의 사회분위기는 외부의 경제지원으로 형편이 조금 풀리면서 '고난의 행군' 으로 상징된 최악의 국면을 벗어나 점차 밝아지고 있다.

빈궁한 살림살이에 지친 무표정한 주민들이 웃음을 되찾기 시작했다는 북한 방문객들의 증언이 늘고 있고 북한 TV들도 웃음을 강조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젊은이들 사이에선 연애담이 간간이 섞인 스포츠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었다. 생필품 공급사정이 약간 좋아지면서 차림새와 외양이 나아지기도 했다.

공장.기업소들은 '공장 안은 궁전같이, 공장 밖은 공원같이' 라는 구호를 내걸고 작업환경을 밝게 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원자재 부족과 전력난.설비노후화로 공장 가동이 중단되고 이탈자까지 발생하던 상황에서 벗어나자 분위기를 일신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변화에 힘입어 목숨 걸고 탈북한 주민들이 다시 북한으로 되돌아가는 회귀현상도 일부 나타났다.

탈북자모임의 한 대표는 "지난해보다 탈북자가 눈에 띄게 줄었는데 이는 식량사정이 나아진 것과 함께 북한정권이 주민통제를 다시 강화하기 때문" 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올해 남북 정상회담에 따른 몸살을 앓았던 것으로 보인다. '미제의 괴뢰' 로만 여기던 남한의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한 충격이 주민들에게 적지 않은 파장을 주었다.

북한당국은 이를 통일열기로 전환시키려고 노력했고 지난 9월 평양으로 돌아간 63명의 비전향장기수들을 체제 우월의 정치적 상징으로 활용했다. 또한 10월 당 창건 55주년 기념식의 열병을 통해 국내외에 체제유지의 자신감을 시위했다.

한편 북한의 대남.대외교류 확대에 따라 주민들의 외부세계 접촉기회가 늘어나면서 체제 단속은 오히려 강화되는 분위기였다. 대외교류는 늘리지만 외부사조는 차단하겠다는 뜻이다.

고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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