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사비나, 1월3일부터 '점(占)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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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점(占)과 풍수는 알게모르게 우리 사회 여러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있다.

터를 잡는 일에서 인생상담과 진로문제에 이르기까지 그 영향은 다양하다. 이런 현상을 미술적으로 조명해보는 흥미로운 전시가 열린다.

새해 1월 3일부터 31일까지 서울 관훈동 갤러리 사비나에서 시작되는 '점(占)전' . 14명의 중견작가가 평면 9점, 입체 4점, 비디오 1점을 내놨다. 점과 풍수가 유행하는 세태에 대한 저마다의 생각을 형상화한 작품들이다.

김용천씨의 '적석-경천애인' 은 강원도 오대산 아래 성황당의 돌무더기를 그렸다.

"돌무더기는 우리가 과거에 소망을 빌던 기원의 장소다. 오늘날에는 교회나 사찰에서 이런 행위가 이루어진다" . 하늘 무서운 줄 알고 인간을 사랑하라는 옛 가르침은 오히려 소박한 돌무더기에서 더욱 빛나는 것인지 모른다는 메시지같다.

김성래씨의 '길산복지' 는 풍수를 바탕으로 옛 지도를 새긴 조각들로 이뤄져있다. 우리가 살고있는 대한민국이 길(吉)하고 복이 충만한 곳이라고 말하는 작품이다.

노순석씨의 '학도희선-200' 은 은 두 여인 가운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남자를 풍속화풍으로 그리고 있다.

작가는 "이것은 방향을 잃은 현대인의 모습이며 점은 그의 유일한 희망이 된다" 고 설명한다.

수북한 쌀밥을 산이 둘러싸고 있는 홍성담의 '풍수-장풍득수' 는 풍수에 기대는 민중의 소박한 기원을 담고 있는 듯하다.

신경철씨는 사진 합성작품 '돈벼락 맞을 부적' 에서 일확천금의 꿈을 꾸는 현대인의 심리를 나타냈고, 유비호씨는 비디오 작품 '단가' 를 통해 온갖 일에 희망을 걸고 잘되기를 바라는 현대인은 옛 주술사나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이근범씨의 '지관의 초상' 은 풍수지리를 관할하는 지관의 모습을 유령 형상으로 그렸다. 현대 사회에서 풍수지리의 의미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엿보인다.

조습씨의 '조교주 전성시대' 는 천국행과 영생을 파는 신흥종교 교주를 코믹하게 형상화한 합성사진이다.

점을 신앙처럼 따르는 일부 사람들의 행태가 사이비 교도와 다를게 없다고 꼬집는다. 이민주씨의 '공명-궁합이란' 은 궁합을 추상화로 표현했다.

궁합은 추상적인 어울림과 떨림같은 것인데 이를 단정해서 말할 수 있느냐는 질문으로 읽힌다.

홍지연씨의 '화위길상' 은 무당집의 기물들을 전시장에 가져다놓은 설치작품. '물건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면 여기서 소원을 빌어볼 수도 있다.' 고 관객들에게 화두를 던지고 있다.

정수진씨의 '무제' 는 서양의 주술문화와 신앙적 요소를 포함시킨 상징적인 유화작품이다.

김윤경씨는 장갑위에 손금을 돌출시킨 가죽작품 '운명의 선' 을 내놨다. 길흉화복을 손금으로 알 수 있겠느냐는 조롱이 느껴진다.

석영기씨는 화투패를 그린 '내 님이 그리자와' 를 통해 화투점을 떠올리게 한다.

우창훈씨의 '신어미' 는 무당과 신딸의 초상화를 장식화같은 배경위에 배치함으로써 옛 유물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있다.

갤러리측은 매일 두차례 담당 큐레이터들과 관객간의 작품설명과 질의응답 자리도 마련한다.

관람객이 죽통으로 운세를 점치고 운세풀이 종이를 가져가게 한다든지 부적을 아주 싼 값에 파는 등의 이벤트도 있다.

02-736-4371~2.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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