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 유동성 지원 겉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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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A투신운용 펀드매니저는 최근 예금보험공사의 요청에 당황했다. 내년 1월 3일 청산되는 한아름종금 발행 어음을 1월 5일까지 연장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는 정부 산하기관인 예금보험공사가 자회사인 한아름종금 어음을 '나 몰라라' 할 리는 없겠지만 한아름종금이 없어진 후에 만기를 맞는 어음을 받아줄 수는 없었다고 밝혔다.

현재 투신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한아름종금 발행 어음은 소송 중인 나라종금.영남종금 어음까지 합쳐 모두 2조5천4백5억원에 이르고 있다.

한아름종금은 장부상으로만 콜금리(5.5%)이자율을 주고 있을 뿐 3년째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한아름종금 어음에 투자한 투신사 펀드들은 수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으며 이는 고객 손실로 연결되고 있다.

투신사들은 하이일드와 후순위채(CBO)펀드 등의 환매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한아름종금 어음을 현금으로 상환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예보는 자금이 없다며 지급을 미루고 있다.

당초 정부는 1998년 초 한아름종금을 만들 때 투신사가 보유하고 있는 퇴출 종금사 어음을 한아름종금 어음으로 바꾸고 예금보험공사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마련하면 원리금을 상환해 주겠다고 약속했었다.

정부는 그동안 공적자금 조성을 위해 예보채를 발행했으나 한아름종금 어음은 상환해 주지 않고 있으며 한아름종금이 청산된 이후에는 한아름금고가 어음을 인수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투신사들은 "정부가 증시 활성화를 위해 투신사 유동성 지원 등을 약속하고 있으나 실제 필요한 것은 한아름종금 어음이나 서울보증보험이 보증한 회사채 등을 상환해 주는 것" 이라고 강조했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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