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향 벤처] 창원대 C&B Tech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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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경남 창원시 창원대 미생물 응용공학실험실에 있는 C&B Tech는 세계적인 생명공학 기술을 보유한 벤처기업이다.

비록 자본금 2억원에 교수 2명과 석.박사급 연구원 10여 명밖에 안되는 미니 회사이지만 세계적인 제약회사들이 앞다퉈 기술을 배워가려고 안달을 할 정도로 기술력은 크다.

대표적인 기술은 항암제 택솔(Taxol)을 미생물 배양법으로 대량 생산하는 기술. 난소암.폐암.유방암.백혈병 치료에 뛰어난 효능이 있는 택솔은 그동안 주로 해발 1천m이상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주목(朱木)에서 추출하거나 식물세포 배양법 등으로 생산해 왔다.

주목에서 택솔 5백g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1백년 이상 된 나무 1천 그루를 베어야 하고 식물세포 배양법은 복잡하고 생산비가 비싸다.

미국 제약회사 BMS사가 이 같은 방법으로 1992년부터 택솔을 거의 독점 생산, 전세계 제약업계에 연간 35억 달러어치를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C&B Tech는 주목 껍질에서 자라는 각종 미생물 중 택솔 성분이 있는 종만 찾아내 인공배양해 택솔을 대량생산한다.

이 기술은 미생물 전공인 주우홍(朱尤洪.46)교수와 분석화학 전공인 신동수(申東守.45)교수가 개발, 국제특허 출원을 했다.

두 교수는 10여 년 동안 전국의 주목 군락지를 찾아다니며 택솔 성분을 가진 미생물을 찾다가 15종을 발견했다.

朱교수는 "주목에 택솔 성분이 있다면 주목과 공생관계에 있는 주변 미생물에도 같은 성분이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고 설명했다.

미생물 배양기간도 2~3일로 단축, 생산비를 크게 줄였다. 국내의 기존 택솔 주사 한대 가격은 1백80만원이지만 C&B Tech의 택솔 주사가격은 10만원 선에 불과하다. 이 회사는 현재 에이즈 치료제와 B형간염 치료제.간디스토마 구충제 등도 개발 중이다.

세계적인 의약품 개발을 할 '과학 꿈나무' 를 키우는 것도 이 회사의 주요한 사업 중의 하나. 초.중.고생을 위한 실험교재를 개발하고 각종 실험을 재미있게 소개하는 교재를 내년 초 선보인다. 방학 때마다 학생들이 각종 화학실험을 직접 해보는 '신나는 과학나라' 도 열 계획이다.

"세계와 경쟁할 우수한 과학 꿈나무들을 많이 기르는 것이 의약품 개발보다 중요한 벤처기업의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이 회사는 택솔 개발기술 등의 기술이전료로 들어오는 수입의 20~30%를 인재육성비로 투자할 계획이다.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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