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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개발 3대사업 시민단체와 마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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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삼다(三多)의 섬 제주도가 3大이슈로 밤낮없이 마찰을 빚고 있다.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와 송악산 개발사업,내국인 출입을 허용하는 오픈카지노.

제주도 당국이 ‘관광산업 진흥’이라는 명분으로 포기할 수 없다며 몰아부치는데 반해 시민단체들은 “제주의 특장인 천혜의 자연환경 파괴는 물론 갈등만 조장한다”며 반발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한라산 케이블카=30여년전부터 계속돼 온 논란이지만 올 연말들어 전례없이 뜨거운 이슈로 부각됐다.

제주도가 1년전 국토연구원과 호주 스카이레일사에 ‘자연친화적 케이블카 설치방안’을 조사해주도록 용역을 맡겼다가 최근 “설치하는게 환경보호에도 부합한다”는 최종결과를 발표하면서 시민·환경단체들이 결사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최종보고서 요지는 “한라산 환경보호를 위해 케이블카를 설치하는게 최적의 대안이며 노선은 한라산 영실∼윗세오름 중봉(中峰)을 잇는 선작지왓 구간 3.5㎞노선이 적절하다”는 것.

이에 대해 시민·환경단체에다 종교계까지 가세,지난 3일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반대 제주도민 연대’를 구성,서명운동에 돌입하는등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들이 주장은 “케이블카 설치를 전제로 짜맞춘 용역인데다 케이블카를 운영하고 있는 호주의 특정회사가 제시한 용역결과도 신뢰할 수 없다”는 것.

지질이 연약한 화산토인 한라산과 바람이 많은 기후특성,사시사철 모양을 달리하는 한라산 경관을 고려하지 않은 환경파괴사업이라는 것이다.

1968년 故박정희대통령이 한라산 케이블카를 검토하도록 지시했다가 환경파괴론에 부닥쳐 중단된 뒤 그동안 수면아래서 갑론을박이 거듭됐었다.

현재 제주도는 도민여론조사와 합동토론을 통해 매듭짓자고 한발 물러선 상태.하지만 논란은 오히려 더 증폭될 것 같다.국립공원인 한라산내 케이블카 설치는 엄밀히 말하면 환경부의 허가사안인데다 천연보호구역이기에 문화재청의 심의가 뒤따라야 돼 앞으로도 이 문제는 ‘산너머 산’이다.

◇송악산 개발=개발 타당성 여부를 놓고 벌어지던 분쟁이 ‘주민이란 이유만으로 왈가왈부할 수 있느냐부터 따져보자’는 문제로 법정소송이 벌어지는 사태로 치닫고 있다.

제주환경운동연합등 환경단체들은 최근 남제주군 대정읍 주민 秦모(41)씨를 원고로 내세워 광주고법 제주부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秦씨는 직접이해 당사자가 아니다”는 이유로 제주지법이 지난달 15일 원고가 될 자격이 없다며 ‘송악산개발사업 취소청구소송’심을 각하한데 따른 것이다.

환경단체들로서는 秦씨의 원고자격부터 인정받아야 개발중단 문제를 놓고 싸워볼 기회를 갖게 되는 상황.이 때문에 특별검사를 지낸 최병모(崔炳模)변호사와 환경운동연합 공익법률센터 여영학(呂永鶴)변호사까지 가세한 공동변호인단을 구성,대법원 판결까지 가겠다는 입장이다.

남제주군 대정읍의 조그마한 화산에 불과했던 이 산은 올 연초부터 유명세를 탔다.

㈜남제주리조트개발(대표 김익진)이 절대보전지구를 포함한 29만평에 레저타운을 세우겠다는 사업계획을 제주도에 냈고 도는 지난해 말 이 계획을 승인했다.

하지만 “‘화산활동의 교과서’로 불리는 ‘분화구속 분화구’구조의 화산을 파헤치겠다는 계획이 상식 이하인데다 허가과정도 위법사안이 수두룩하고 환경영향평가보고서도 부실 그 자체”라는게 환경단체들의 주장이다.

국내지질학계의 최고권위기구인 대한지질학회(회장 張浩完서울대교수)도 환경단체들과 같은 의견이다.

반면 제주도·사업자측은 “평범한 화산체에 불과하고 허가과정에 아무런 법적 하자가 없다”며 맞서고 있다.대정읍 주민 다수도 개발을 바라고 있다.

그러나 이미 지난 6월초 제주지법이 “제주개발특별법.자연공원법 상당부분을 위반한 소지가 있다”며 ‘사업승인 효력정지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오픈카지노=정선 스몰카지노가 내국인 고객들의 호응으로 예상을 뛰어넘는 순항을 하자 제주도관광협회가 “우리라고 못할게 없다”며 나서고 있다.협회는 내년 1월중 ‘범제주도민 오픈카지노 유치위원회’ 구성도 계획해 놓았다.

하지만 협회의 뒤에서 도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게 중론이다.禹지사의 취임직후인 98년 7월 제주도는 ‘메가리조트’라는 간판을 내밀었다.

5백만평 규모의 대단지 휴양시설 ‘메가리조트’를 세우고 그 중심부에 내·외국인 출입이 자유로운 카지노를 둔다는 프로젝트였다.

미국의 풀토넥스사등으로부터 받은 거액(8억달러)의 투자의향서까지 후속타로 내밀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도박산업의 유치로 도민정서의 폐해와 범죄증가등에 따른 만만찮은 사회비용의 지출을 염두에 두지 않은 발상”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강원도등 다른 지자체의 견제도 걸림돌이다.정부도 ‘내국인카지노의 추가허용은 없다’는 입장이다.

도 당국도 지난달 13일 “자치단체보다 민간 차원의 추진이 바람직하다”며 한발 물러섰다.하지만 도 예산지원을 받는 제주도관광협회가 기다렸다는 듯 최근 오픈카지노 추진의 주도를 자임,순수성을 의심하는 시각이 더 많다.

이장춘(李長春·경기대 관광학부 교수)한국관광정책학회장은 “제주도의 케이블카정책등 각종 개발사업은 관광활성화 측면에서도 뚜렷한 보장이 없는데다 세계관광시장에서 제주가 비교우위를 갖는 자연자원.환경을 포기한 개발이념은 더더욱 성공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제주=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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