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 'V 카네이션' 선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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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경주가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포천=연합]

최경주(나이키골프)가 7개월 만에 출전한 국내 대회에서 우승컵을 안았다.

8일 경기도 포천 일동레이크 골프장에서 끝난 SK텔레콤 오픈 최종라운드에서 최경주는 3언더파를 더해 합계 13언더파로 우승했다. 공동 2위(8언더파) 프레드 커플스(미국)와 앤드루 버클(호주)을 5타 차로 제친 완벽한 우승이었다. 2003년 이 대회를 포함해 국내대회 11승째이며, 해외까지 포함하면 16승째다.

버클과 공동 선두로 출발한 최경주는 8, 11, 12번 홀에서 버디를 잡아 단독선두로 치고 나갔다. 그러나 14번 홀 더블보기로 상승세가 꺾였다. 티샷이 왼쪽으로 감겼고, 세컨드 샷은 약간 짧았다. 어프로치 샷이 그린을 살짝 넘어갔고, 짧은 퍼트를 또 놓쳤다. 최경주는 이 더블보기 후 우승을 확신했다고 한다. "느슨해진 자신을 가다듬는 기회가 됐다. 실수를 하지 않았다면 어려운 홀인 17, 18번 홀에서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경주는 15번 홀 버디로 분위기를 반전시켰고, 18번 홀에서 챔피언 퍼트를 버디로 장식했다.

지난주 BMW 아시안오픈 컷오프에서 우승으로의 반전은 쇼트게임의 차이에서 나왔다. 평소 띄우던 어프로치를 굴리는 것으로 바꿨고, 퍼팅 그립을 역그립으로 잡았다. 모험이었지만 결과는 훌륭했다. 그는 "오른손목이 빨리 접히는 현상이 없어졌다. 공이 생각한 대로 가더라. 그래도 역그립으로 우승을 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국내 선수 중 10위 안에 든 선수는 박부원(SD골프.6언더파 5위), 김대섭(SK텔레콤.3언더파 공동 9위) 둘뿐이었다.

포천=성호준 기자

"지난주 컷오프된 뒤 매일 6~7시간 퍼팅" 최경주 인터뷰

-어버이날 우승을 했다.

"바쁘게 지내느라 어버이날인지도 몰랐다. 자식으로서 부모님을 이해하지 못하는 점도 있고, 부모로서 자식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점도 있다. 그런데 우승 같은 좋은 일을 겪으면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것 같아 즐겁다. 부모님에게 좋은 선물이 된 것 같다."

-지난주 컷오프되고 이번 주 우승을 한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쇼트게임 차이다. 2002년 컴팩 클래식 우승 후 쇼트게임이 잘 안 됐다. 별의별 약을 다 써봤는데 안 되더라. 그린 미스를 했을 때 파세이브를 해야 하는데 그 차이가 엄청나게 컸다. 이제 안정을 찾았으니 미국 무대에서도 잘할 것 같다."

-퍼팅 그립 차이는 뭔가.

"퍼터 길이도 바꾸고, 퍼터 자체도 바꿔봤다. 모두 안 됐다. 결국 내 퍼팅 자세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평소 집에서는 집게그립과 크로스핸디드그립(역그립)을 연습해 보긴 했다. 그런데 과연 경기에서 할 수 있을까 걱정했다. 그러다 지난주 컷오프되면서 독한 마음을 먹었다. 하루 6~7시간 퍼팅연습만 했다. 공식 대회에서는 이번 대회가 처음이다."

포천=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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