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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멋이, 한입엔 맛이 … 디저트 매력에 푹 빠졌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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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쌀강정을 오도독 씹는다. 유자와 치자의 상큼한 향이 입안에 퍼진다. 함께 내온 커피를 한모금 마신다. 커피의 쓴맛이 강정의 단맛을 감싸 뒷맛이 개운하다. 오븐에 구운 찰떡은 단호박식혜와 맛 궁합이 맞다. 샛노란 색에 눈이 즐겁고 적당히 단맛 나는 호박의 부드러운 질감에 입안이 행복하다. 좋은 국내산 재료에 정성을 담아 만드니 건강에도 이롭다. 쿠키 대신 강정, 케이크가 아닌 찰떡으로 즐기는 한국식 디저트 타임이다. 

손쉽고 맛있게, 퓨전 한국 디저트

“전통 디저트를 젊은 사람들이 간편하게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 컸어요.” 전통 디저트 카페 ‘온새미로’ 김정민(46오른쪽) 대표의 말이다. 온새미로는 전통요리를 배운 김정수(53)·김정민 자매가 운영한다. 떡과 한과·약과·강정 등의 전통 디저트가 진열된 이곳 카페의 인테리어는 영국의 한 시골에서 봤음직한 빈티지 풍이다. 전통의 맛에 현대식 멋스러움을 더했다.

이곳의 디저트도 마찬가지다. 전통의 맛은 지키면서 만드는 과정은 좀 더 단순화 했다. 시작은 육포였다. “유명한 요리 선생님마다 육포 만드는 방법이 다르더군요. 어떤 분은 배가 들어가야 진짜라고 하고 어떤 분은 배를 넣으면 쉽게 상해서 절대 안 된다고 하고요.”김정민 대표는 스승들의 노하우에 자신의 요리 경험을 가미해 손쉬운 육포 만들기에 도전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한국 음식은 맛있지만, 만들기 어렵고 손이 많이 가죠. 너무 전통만 고집하는 것보다 손쉽게 만드는 방법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김정수 대표가 추천한 디저트는 오븐에 구운 찰떡과 단호박을 넣은 식혜다. “기존 식혜와 달리 단호박식혜는 설탕을 넣지 않아요. 호박과 엿기름이면 단맛을 내기에 충분하죠.”단호박식혜는 냉동저장 해뒀다가 기호에 따라 차거나 따뜻하게 먹으면 된다.

오븐찰떡은 빵보다 만드는 법이 간단해 단호박식혜와 함께 이곳 요리 강좌에서 인기 메뉴다. 찹쌀가루에 콩과 팥 등을 넣고 우유로 반죽해서 오븐에 구우면 된다. 겉은 과자처럼 바삭하고 안은 떡의 쫄깃함이 살아 있는 별미다. ‘선물용’으로도 인기다. 조미료가 체질상 맞지 않는 두 대표 덕분에 이곳 요리는 모두 국산 유기농 재료로 만들어진다. 이렇다보니 전통 자연식으로 찾는 단골도 늘었다.

김정민 대표는 “한국인이라면 나이가 들수록 한국적인 음식을 찾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온새미로는 ‘언제나 변함없이 늘 한결같다’는 뜻의 순우리말이다. “나이 들어서도 즐길 수 있고, 젊은 사람들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전통 디저트를 만들고 싶어요.”

맛과 멋을 살린, 전통 디저트

“직업이 이렇다보니 직접 담근 오미자청이나 정과 등을 지인들에게 자주 선물해요.” 덕분에 전통요리연구가 김학경(43)씨의 지인들은 전통 디저트의 매니어가 됐다. 맛을 보고 품평을 하는가 하면 선물을 하거나 대접할 일이 있어도 김씨가 만든 디저트를 찾는다. 한 입 크기로 만든 김씨의 정과는 보기에도 앙증맞다. 정과는 과일의 열매나 뿌리식물을 꿀 혹은 조청에 조린 후 건조시킨 한국 과자류를 말한다. 차와 더불어 내놓기에 적당하다. 국내산 천연재료로 만든 저염·저당의 건강식이어서 먹은 후 뱃속이 더부룩할 일도 없다.

“가끔 정과가 달아서 몸에 안 좋은 것 아니냐고 묻는 사람이 있어요. 정과는 한 번에 많은 양을 먹는 게 아니라 음료와 함께 2~3개 내놓는 입가심용 디저트죠.” 뿌리채소 같은 재료로 만들어 과자보다 몸에 좋은 것은 당연하다. 또 “텁텁한 걸 먹었을 때 입안을 개운하게 해줄 정도의 단맛”이라고 김씨는 말한다. 다만 만드는 과정이 까다롭고 번거롭다. 재료를 다듬어 살짝 데친 후 조청 등에 이틀 정도 조린다. 이후 재료에 따라 1주일에서 보름 가량 말려 냉동보관 해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먹으면 된다.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디저트로는 쌀강정이 있다. 뻥튀기용 쌀을 올리고당에 버무리는 과정만으로 완성된다. “쌀을 직접 찌고 튀기는 것은 손이 많이 가죠. 요샌 뻥튀기 쌀을 구하기 쉬워 간단히 해먹을 수 있어요.”

김씨는 “최근 한국음식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손이 많이 가는 특성상 대중화엔 어려움이 있다”고 아쉬워 했다. “대량생산된 한과나 강정 등은 단가를 맞추려 하다보니 맛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에요. 이에 반해 제대로 만든 정과는 재료·시간·노동을 따져보면 시중 가격에 맞추기 힘들죠.” 하지만 분명 흉내 낼 수 없는 전통의 맛이 있다. 결국 “관심을 갖는 게 전통에 한발 가까워지는 길”이라고 김씨는 강조한다. “조금만 부지런을 떨면 건강과 맛과 멋, 세 가지를 얻을 수 있는 전통 디저트의 매력에 푹 빠지실 거예요.”

[사진설명]고유의 맛은 지키면서 만드는 과정을 단순화한 전통 디저트가 인기다. 사진은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커피와 어울리는 쌀강정과 오븐찰떡, 간식으로 적합한 단호박식혜와 정과·다식.

< 이세라 기자 slwitch@joongang.co.kr >

< 사진=황정옥 기자 ok76@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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