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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전기밥솥 일제 눌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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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일본 제품에 맞서는 자체 브랜드 전략, 원시적 가내 수공업으로 원가를 절감하는 역(逆)발상, 단 두명의 현장 생산직원으로 14억원의 연간 매출을 거둔 자동화 시스템….

제7회 기업혁신대상(大賞)수상업체들을 보면 경제위기의 돌파는 과감한 발상의 전환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혁신하는 길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중앙일보가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에선 성광전자(대통령상)를 비롯, 6개 업체가 수상했다.

공기업인 농업기반공사를 제외한 5개사가 모두 지방의 중소업체다. 박내회 심사위원장(서강대 경영대학원장)은 "구조조정이 목적이 될 수 없으며 적극적인 기술개발과 경영혁신이야말로 우리 기업의 살길이라는 점을 실증하는 사례" 라고 강조했다.

성광전자 대기업 못지 않은 위기관리 프로그램과 공격 마케팅으로 일본 제품의 파고를 넘었다. 주력 제품인 전기밥솥의 올해 국내 시장 점유율이 1위(36%)로 떠올랐다.

전기밥솥이 1998년 수입선 다변화 품목에서 해제되자 업계는 일본 제품의 득세를 시간문제로 보았다.

국내 소비자가 가장 좋아하는 외제품이 일제 전기밥솥이라는 사실도 위기의식을 자극했다. LG.필립스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에 치중해 온 성광전자가 98년 4월 대규모 경영혁신 운동과 함께 쿠쿠(CUCKOO)라는 자체 브랜드를 내놓은 것은 모험이었다.

광고비를 연간 50억원씩 들이자 업계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성광전자는 지난해 독립 판매법인을 세우고 서비스센터를 50군데로 늘리는 등 마케팅과 애프터서비스를 강화했다.

구자신 사장은 "일반 소비자를 상대한 경험이 없었지만 특약점과 어음거래를 하지 않고, 재래시장.백화점.통신판매별로 마케팅을 차별화한 게 성공요인" 이라고 말했다.

SH일렉트로닉스 가내 수공업으로 원가를 절감하는 '다다 시스템' 이라는 독특한 생산방식을 도입해 중국산에 버금가는 원가경쟁력을 갖췄다.

트랜스포머.코일 등 휴대폰 부품을 만드는 이 회사는 충북 청주시 용담동 등지의 아파트단지 50여가구 주부에게 조작이 쉽게 특수설계한 설비를 나눠주고 85%의 단계별 조립 공정을 분업화했다.

올해 예상하는 매출이 16억원인데 정규 직원은 8명에 불과하다. 박진우 서울대(산업공학)교수는 "중국산 저가 제품의 도전을 받는 국내 중소 제조업계가 비상근 유휴인력을 흡수해 원가를 낮추는 유력한 방법" 이라고 평가했다.

하루 5~8시간 틈틈이 집에서 일하는 주부들의 월평균 급여는 30여만원으로 정규직 근로자의 3분의1 수준이다.

유창폴리텍 자동차 부품을 팔아 지난해 14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공장에는 생산 직원 두사람이 지키고 있다.

이동준 사장은 "품질의 이상을 자동 추적할 수 있는 검사기기를 자체 개발해 쓰고 있기 때문" 이라고 설명했다. 사무직까지 종업원 수가 10여명이며, 1인당 매출 2억원의 도전장을 던졌다.

시스컴 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모니터.MP3 플레이어 등 신제품의 핵심기술 개발과 전략적 제휴에 주력하면서 디자인.자재구매.설계 등을 외부에 맡겼다.

공장없이 제품개발에만 몰두한 결과 설립 3년여 만에 연구개발.품질보증.배송에 이르는 토털솔루션 정보통신 업체로 발돋움했다.

신우전자 협력 관계인 대기업(LG전자)과 더불어 원가절감 등 경영혁신을 이룬 사례로 꼽힌다.

일일 결산회의.6시그마 품질혁신운동을 벌여 1인당 생산성을 30% 높이고 재고는 36% 줄이는 성과를 냈다. 이에 힘입어 유선전화기 분야에서 국내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농업기반공사 농어촌진흥공사.농지개량조합.농지개량조합연합회 등 3개 기관을 통합하면서 인력 재배치와 업무 표준화를 효율적으로 마무리한 점을 인정받았다.

홍승일 기자

◇ 심사위원

▶박내회 서강대 경영대학원장(심사위원장)

▶강승일 대한상의 회원사업1본부장

▶김경식 산업자원부 유통서비스정보과장

▶박진우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백원장 인텍크텔레콤 대표(가나다 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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