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 '진승현 게이트' 추적 돋보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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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민심이 떠나고 있다.

사람들은 줄지어 터져나오는 대형 비리 사건에 분노하고, 그 엄청난 비리에 정치권력은 거의 개입한 바가 없다는 검찰의 수사발표에 더욱 분노한다.

정말로 믿어달라고 억울해 하는 검찰의 모습에 사람들은 더더욱 분노한다. 국민의 마음에는 불신과 좌절이 깊이 쌓여가고 사회는 분열과 갈등을 향해 질주한다.

지난 주에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많은 지면을 장식했던 MCI코리아 진승현 부회장의 금융비리 사건 보도는 이런 극단의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진승현과 정현준' (11월 27일자 3면)기사는 진승현 사건과 정현준 사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설명하고 있다.

언뜻 닮은꼴로 보이는 두 사건을 상세히 비교해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준 것도 좋았지만, 두 사건이 시간차를 두고 비슷한 전개과정을 거쳐가는 금융비리 사건의 전형임을 분석한 점도 의미가 있었다.

역시 월요일 3면의 "검찰 '금감원 또 수상하다' " 는 검찰이 이번에도 금감원을 의혹의 핵심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보도해 검찰의 수사戀袖?예전과 변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 '정현준' 과 비교 이해 도와

그러나 화요일의 "금감원 '또 우리냐' 희생양 삼기 반발" (11월 28일자)기사는 금감원이 이러한 검찰의 태도에 반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수사하기 껄끄러운 정계나 법조계 인사는 놔두고 만만한 금감원만 희생양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윗물' 은 놔두고 만만한 '아랫물' 만 잡는다는 불신이 정부 기관에까지 확대돼 갈등이 점점 심화되는 상황을 나타내고 있다.

'드러난 20억, 사라진 수백억/진씨 부당.불법 대출 2, 300억 로비자금 의혹' (11월 27일자), '진 게이트 핵심 입맞춘 듯 잠적/8월부터 행방 감춰 의구심' (11월 28일자), '수배 중 진승현씨 상장사 인수 시도/국도화학 주가 조작 시도' (11월 29일자), '대담한 진, 믿는 곳 있었나/수배 중 기업사냥 시도' (11월 29일자) 등은 진승현 사건의 의혹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진승현씨가 막대한 금액을 이용해 정.관계에 로비했을 가능성과 수배 중에도 거침없는 행동을 하는 등의 의혹을 보도하고 있다.

*** 국정원 간부 실명 밝혔어야

진승현 사건 관련기사는 '진승현씨 주말 출두' (11월 30일)기사가 나온 목요일과 '진승현씨 오늘 출두' (12월 1일)의 금요일에는 다소 줄어들었다.

아마 당사자가 출두하면 진실이 밝혀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의혹을 보도한다는 것이 의미를 상당히 잃었기 때문이 아닐까?

" '진 게이트' 속시원히 풀릴까?/검찰 정관계 로비 수사 미온적" (12월 2일자)은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라는 민심과 결국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체념을 보여준다.

이것은 이미 하루 전 '동방사건… 찜찜한 마무리' (12월 1일자)기사에서 나타난 것처럼 뻔한 결과라는 것을 온 국민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수배 석달 어떻게 지냈나' (12월 2일자)기사는 진승현씨가 수배 중에도 거침없이 왕성한 활동을 한 사실과 알고도 필요에 의해 안 잡았다는 검찰의 해명을 보도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동안 일부러 안 잡고 있었다는 항간의 소문이 사실이었단 말인가? 사람들의 진실규명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한 느낌이다.

그런 의미에서 '진승현씨 검찰 수사 처리 방향, 국정원 간부가 문의 의혹' (12월 1일자)기사는 불만이었다.

진승현 사건의 사회적 중대성과 국정원 간부가 공인이라는 점, 그리고 전화한 것이 사실이라는 점에서 당연히 이름을 실명으로 밝혔어야 했다. 이런 경우 사생활 보호보다 국민의 알 권리가 앞선다고 본다.

같은 맥락에서 '참여연대 토론회/검찰 3년 권력 눈치보기 심했다' (11월 30일자)도 좀더 크고 자세하게 보도했더라면 좋았겠다.

한편 '동대문 상가 진승현 한파' (11월 27일자)는 많은 상인들의 억울한 피해사례를 통해 이러한 대형 비리 사건의 폐해와 규모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그런데 참 알 수 없다. 신문만 열심히 읽어도 나는 이것저것 보이는데 나라의 높은 분들은 왜 안 보일까?

유춘열 <국민대 교수.언론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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