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타리카에 첫 여성 대통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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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타리카 집권 국민해방당의 대통령 후보 라우라 친치야가 7일(현지시간) 산호세에서 투표를 한뒤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친치야는 이날 개표 초반부터 다른 후보들을 2배 이상 표차로앞서며 일찌감치 당선을 확정지었다. [산호세 로이터=뉴시스]

중미(中美) 국가 코스타리카에서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

7일(현지시간) 실시된 코스타리카 대선에서 일찌감치 당선을 확정 지은 집권 국민해방당(중도 우파)의 라우라 친치야(50) 후보다. 중미 지역 대선에서 여성 후보가 당선된 것은 파나마의 미레야 모스코소 대통령(1999~2004년) 이후 처음이다. 라틴아메리카를 통틀어 여성 대통령이 나온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AP 등 외신은 “친치야 후보가 60% 이상 개표된 상황에서 49% 득표율로 경쟁 후보들을 2배 이상 앞서며 당선을 확정 지었다”고 보도했다. 코스타리카 대선에서는 1위 후보가 유효표의 40% 이상 획득하면 당선이 확정된다. 2위인 시민행동당(중도좌파)의 오톤 솔리스 후보는 22%를 얻는 데 그쳤다.

친치야 당선자는 수도 산호세의 한 호텔에서 “신뢰를 배반하지 않겠다”며 승리선언을 했다. 그는 5월 8일 취임한다. 임기는 4년. 친치야 당선자는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국내외 신망이 높은 오스카르 아리아스 대통령의 전폭적 지지를 받아왔다.

정치가 집안에 태어나 미국 조지타운 대학을 졸업한 그는 아리아스 정부에서 부통령·법무장관 등을 역임했으며, 선거운동 기간 중 “아리아스 정권의 온건한 시장친화 기조를 계승하겠다”고 밝혀왔다.

이번 대선의 최대 쟁점은 흉악범죄 급증 등 악화된 치안을 회복하는 것이었다. 친치야 당선자는 “법무장관의 경험을 살려 경찰관 증원 등을 통해 치안을 개선하겠다”는 공약으로 유권자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그는 또 현 정부의 경제개방 정책을 이어받아 자유무역협정(FTA)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전기·통신 분야 민영화, 교육예산 증액 등의 공약도 내놓았다.

10대 아들을 두고 있는 그는 낙태와 동성결혼에 반대하는 등 보수적 성향을 갖고 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그는 ‘코스타리카는 가톨릭 국가’라는 헌법 조항을 수정하려는 움직임에 반대하고 있다. 그는 또 코스타리카가 콜롬비아 등 남미에서 생산된 마약이 최종 목적지 미국으로 가는 중간 경유지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마약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공약도 내세웠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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