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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 황폐화] 도시화·난개발로 빗물 흡수 안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급속한 도시화와 무분별한 난개발이 가져다주는 큰 문제는 아무리 비가 많이 와도 땅에 스며드는 빗물은 별반 안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토양이 우기에 빗물을 흡수해 머금고 있다가 건기에 흘려내리는 기능을 상실, 하천도 본연의 역할을 잃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본사 취재팀이 임업연구원 정용호 박사팀과 지난 7월 한강 지천인 왕숙천.탄천 주변의 토양을 채취해 토양별 빗물 침투능력을 조사한 결과 난개발지(탄천 채석장) 토양의 빗물 침투능력은 솎아베기(간벌).가지치기 등 숲가꾸기를 실시한 잣나무숲 지역 토양의 26%밖에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양의 비가 내릴 경우 난개발지의 토양은 잘 가꾼 숲 토양의 4분의1 만큼밖에 빗물을 못 먹어 두고 있다는 것이다.

또 숲가꾸기를 한 잣나무숲 지역 토양의 빗물 침투속도는 분당 21.4㎤인데 비해 밭에서는 9.2㎤, 난개발지에서는 5.7㎤에 그쳤다.

이밖에 탄천 상류 숲(경찰대 부근)의 총 공극률(토양입자 사이에 물이나 공기 등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의 비율)은 70.6%로 탄천 난개발지(31.7%)보다 2.2배 높았다. 이는 난개발로 토양에 빗물을 머금을 수 있는 공간이 현저히 줄어들었음을 뜻한다.

따라서 태풍.홍수 등 집중호우때 토양이 빗물을 붙잡아놓지 못하게 돼 비 피해가 커지게 된다.

임업연구원 정용호 박사는 "산림 토양이 빗물을 많이 머금는 것은 공극이 잘 발달된 토양이 많기 때문" 이라'며 "이 토양은 홍수조절 기능은 물론 빗물과의 접촉면.접촉시간이 길어져 수질 정화기능까지 한다" '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의 한 실험결과 가장 빗물을 잘 흡수하는 활엽수 숲은 한시간에 2백72㎜의 폭우가 내려도 땅이 다 빨아들여 빗물이 땅위에 흐르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침엽수 숲은 시간당 2백60㎜, 산림벌채 지역은 1백58㎜, '초지는 1백28㎜, 전답은 89㎜의 빗물을 흡수했다.

그러나 도로상의 인도는 13㎜, 아스팔트는 마치 비닐처럼 물을 전혀 빨아들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산촌에서는 빗물의 70% 이상이 땅속으로 흡수되지만 도심에서는 80~1백%가 그대로 하천으로 흘러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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