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객차 미세먼지 실내공기 기준치 초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서울 지하철 객차의 실내공기가 미세먼지에 심각하게 오염돼 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방송통신대 박동욱 교수 등이 지난 1월 서울 지하철 1.2.4.5호선 객차 실내공기의 지름 10㎛(마이크로미터, 1㎛=1000분의 1㎜) 이하의 미세먼지 농도를 조사한 결과 1호선 동대문~종로5가 구간을 운행 중일 때 객차 내에서는 ㎥당 207.5㎍인 것으로 측정됐다. 이는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시설의 실내공기 질 기준치(㎥당 150㎍)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1.2.4호선을 구간별로 모두 60회 측정했는데 이 중 55%인 33회가 실내공기 질 기준치를 초과했다. 5호선에서는 이 기준치를 초과한 구간이 없었고 전체 조사 대상 구간의 평균 미세먼지는 ㎥당 평균 144㎍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름 2.5㎛ 이하의 '초(超)미세먼지'는 조사 대상 객차 내에서 평균 118.4㎍이 측정돼 홍콩 지하철(44㎍)이나 멕시코 지하철(61㎍)의 2~3배에 달했다. 초미세먼지에 대한 국내 환경기준은 없으며 호주.캐나다.미국에서는 실외 공기에 대해 24시간 평균 기준치로 25~65㎍을 정해놓고 있다.

미세먼지는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고 심장병.뇌졸중 등 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미세먼지는 자동차 배기가스가 뭉친 것으로 지하철 구내로 흘러들어와 객차 내 공기를 오염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 입자가 작아 호흡기 깊숙이 흡수되는 초미세먼지는 더 큰 건강피해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먼지 등의 기준치를 정한 현행 실내공기질관리법은 객차를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박 교수는 "승강장에서 피어오른 먼지가 객차 안으로 밀려들어가지만 객차의 환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먼지가 누적된다"며 "노인.어린이.호흡기질환자 등이 이런 농도에 노출되면 건강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조사는 지하철이 한산한 오후 1~4시에 측정한 것으로 출퇴근 시간에는 이보다 훨씬 심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지하철공사 관계자는 "새로 도입되는 객차에 대해서는 개선된 설비를 갖추도록 하고 있으나 정원을 훨씬 초과하는 출퇴근 시간에는 냉.난방을 하면서 공기 질까지 유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환경부는 지하철과 버스 내 실내 공기의 미세먼지 농도를 규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