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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 합의’가 구조조정 최대 관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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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구조조정이 최대 고비를 맞았다. 대주주 일가가 약속대로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내놓지 않자,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8일 회의를 하고 강도 높은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금호아시아나 측과 채권단은 지난해 12월 30일 금호산업과 타이어는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에 넣고, 금호석유화학과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과의 자율 협약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대주주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내놓고 채권단은 이행각서(MOU)에 따라 이들의 경영권을 최대 5년간 보장해 주기로 했다. 이런 구조에선 대주주의 주식 담보 제공이 늦어질 경우 구조조정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

채권단의 재촉에도 불구하고 주식 담보 제공이 늦어지는 것은 복잡한 지분관계 때문이다. 현재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금호석유화학의 지분은 박인천 창업주(1984년 작고)의 4형제 집안이 나눠서 소유하고 있다. 창업주의 3남인 박삼구 그룹 명예회장과 아들 박세창 경영전략본부 상무의 지분이 11.96%, 4남인 박찬구 전 화학부문 회장과 아들 박준경 금호타이어 부장은 17.08%를 소유하고 있다. 또 창업주의 장남 고 박성용 회장의 아들 박재영씨가 4.45%, 차남인 고 박정구 회장의 아들 박철완 그룹 경영전략본부 부장도 11.96%의 지분이 있다.

대주주 일가는 지난해 7월 석유화학 지분 확보 경쟁을 했고, 이 과정에서 박찬구 회장이 해임당했다. 박삼구 회장 역시 명예회장으로 물러났다. 이때 생긴 형제 간 갈등이 아직 치유되지 않고 있다는 게 채권단의 시각이다. 민유성 산은금융지주회장 겸 산업은행장은 “박삼구 회장은 동의하고 있지만 대주주 일가 내부에서 이견이 조율되지 않고, 내부 소통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채권단이 강력 대응에 나서기로 했지만 대주주 일가가 설 연휴 전에 주식 담보 제공과 의결권 및 처분권 위임 동의서를 낸다면 극적인 타결을 볼 가능성도 있다. 채권단은 협력업체들의 연쇄 도산을 막기 위해 연휴 전에는 신규자금 지원을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채권단은 지난 4일 금호산업에 2800억원의 신규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이어 9일엔 금호타이어에 1000억원을 신규 공급하는 지원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성사 여부는 대주주의 주식 담보 제공 여부에 달려 있다.

대주주가 이를 거부하면 채권단은 강수를 쓰겠다는 입장이다. 비협조적인 대주주에 대해서는 이들이 주식을 담보로 잡히고 빌려간 대출의 상환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지주회사 격인 금호석유화학의 여신을 회수하고, 자율협약 대신 보다 강제적인 방안인 워크아웃에 넣는 방안도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대주주가 주식을 내놓는다고 모든 문제가 풀리는 것은 아니다. 금호산업이 지난 2006년 대우건설 인수과정에서 재무적 투자자(FI)에게 보장한 풋백옵션을 해결해야 한다.

금호산업은 대우건설 주가가 주당 3만1500원에 미치지 못한 부분을 FI에 물어내야 한다.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주식을 주당 1만8000원에 인수하기로 했지만, 나머지 금액의 해결 방법이 확정되지 않았다. FI는 나머지 금액(주당 1만3500원) 전액을 금호산업 주식으로 출자전환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채권단은 FI가 일정한 손실을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 회장은 “17개 FI 중 2~3개가 동의하지 않고 있다”며 “FI 모두와 합의를 하지 못하면 금호산업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한통운의 운명도 관심이다. 현재 대우건설과 아시아나항공이 각각 24%의 지분을 갖고 있다. 민 회장은 “대한통운은 금호 계열사 중 가장 아래에 있다”며 “이를 매각한다고 해도 금호산업에 당장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 “금호산업 등의 구조조정을 마무리한 후 대한통운 매각 여부를 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원배·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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