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 명문대 편중 수능보도 유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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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검찰 수뇌부 탄핵안 처리를 둘러싼 공방과 공적자금 투입, 황장엽씨 파문, 현대건설 자구책 마련, 농민 시위, 수능시험 후유증, 대학입시 예상 등이 관심을 끌었다. '고ㆍ부간의 다툼' 으로 희화된 미국 대선은 자고 나면 판세가 번복되는 어지러운 한 주였다.

사설 '민주당의 비이성적 행태' (11월 20일)는 집권당의 법치주의 훼손이 국민의 심판을 받아 마땅한 탄핵감이라고 통렬히 비난했다.

국회가 공전하면 으레 여와 야를 싸잡아 나무랐던 우리 언론의 고질적인 양비론에서 진일보한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물리적 저지에 여성의원들을 앞세운 전략의 치사함을 꼬집은 취재파일(11월 20일 4면)도 지나치기 쉬운 대목을 날카롭게 포착했다.

취재일기 '골프 외유로 바쁜 기자실' (11월 22일 7면)은 차세대 이동통신 사업권 심사를 둘러싼 관련업계의 로비와, 못이기는 척 이를 수용한 일부 기자들의 묵시적 담합을 고발해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조직에 대한 충성과 동료에 대한 의리를 존중하는 우리 문화에 비추어 내부 사정을 고해성사한 용기는 아무리 칭송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내부고발은 로마제국 창보병군의 진군 규칙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로마군은 방패를 앞세우고 횡대로 진격할 때 한발짝이라도 물러서는 사람은 곁의 동료가 찔러 죽여야 한다.

이를 어기면 그 곁의 사람이 의무를 어긴 동료를 죽이도록 했다. 이러한 연쇄책임의 진군규칙에 의해 로마군은 엄격한 기강을 확립하고 백전백승할 수 있었다.

미국 육사인 웨스트 포인트에서 감독 없이 치르는 명예시험도 비슷하다. 부정행위를 저지른 학생은 물론이고, 이를 인지하고서도 학교에 신고하지 않은 학생까지 처벌한다.

내부고발자 보호가 이간질을 부추기며 우리 문화와 부합하지 않는다는 반론이 있다. 그러나 내부고발자 보호는 내부고발 자체의 촉진보다 이를 의식해 부패를 자제하도록 유도하는 것에 참뜻이 있으므로 장려해야 한다.

수학능력시험 이후 주요 대학의 합격 예상선, 면접과 논술고사 동향 등이 거의 매일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기사가 소수의 명문대학에 편중돼 대다수 독자의 욕구를 충족하지 못하고 오히려 소외감을 주거나 대학 서열을 고착하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점이다.

특정대학에만 해당하는 사항이 사회면 머리기사(11월 20일 27면)로 등장하거나, 은연중 서울에 있는 대학과 지방대학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기도 했다.

사설 '대입 선발권 대학에 맡겨라' (11월 18일)는 수능의 변별력 저하에 대응하는 시의적절한 지적이지만, 이 역시 소수의 상위권 대학에만 해당하는 사항이다. 논술고사를 치르는 대학이 전국에 20여개, 서울에선 12개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중앙일보사가 주최한 하프마라톤 관련 기사로 인해 지면의 편식이 지나쳤다. 월요일인 20일자 1면의 절반을 할애한 것을 비롯해 무려 다섯 면에 걸쳐 관련기사를 게재했다.

자사가 주최하는 행사라는 점에서 부각할 필요가 있겠지만, 휴간 다음 날로 기사가 넘치는 점을 감안해 지면을 안배했어야 한다고 본다.

최고위 경영진의 출국 또는 행사 참석 사실을 사진과 함께 보도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지적할 수 있다.

사실 우리 언론은 자사 주최행사를 과잉 보도하는 반면 다른 언론사가 주최하는 행사에는 아예 무관심하다. 이런 점을 고치는 데 일류신문부터 솔선 수범해야 하지 않을까.

폐광지역 카지노 개장 후 드러난 부작용을 염두에 둔 '카지노 속에 숨겨진 확률과 과학' (11월 21일 36면)은 도박의 승률에 관해 그림을 곁들여 상세히 설명했다.

시의적절했고 흥미도 있었지만 승률을 적용해 환산한 도박의 기대값을 제시했더라면 더욱 유익했을 것이다.

동해를 '한국해' 로 표기한 서양 고지도 발견 기사(11월 23일 12면)도 눈길을 끌었다.

이번에 공개된 고지도들은 대부분 동해를 한국해로 표기하고 있다는 내용으로서 흐뭇했지만 정작 지금까지 발견된 최고(最古)의 지도는 동해를 어떻게 표기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朴宰完.성균관대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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