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씨 남은 고1 촛불집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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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400명
7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상대평가 내신 위주 대학입시제 반대 촛불 집회’에서 고교생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김성룡 기자

교사 600명
집회장소 주변에는 교육부·서울시교육청·교사 등 교육당국 관계자들이 학생들의 지도와 집회 참가 만류를 위해 배치됐다.

내신 위주 대입제도에 반대하는 고교생들의 촛불집회가 7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열렸다. 참가자 수는 400여 명으로 예상보다 훨씬 적었다. 우려했던 안전사고도 일어나지 않았다. 비슷한 집회가 열릴 것으로 알려졌던 전주.대전.대구 등에서는 집회가 무산됐다. 그러나 일부 학생들이 14일부터 등급제 폐지를 촉구하는 또 다른 시위를 벌이겠다고 나서는 등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 "우리는 저주받은 고1"=7일 사단법인 '21세기 청소년공동체 희망' 주최로 열린 촛불집회에 참가한 학생들은 대부분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받고 온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었다. 이들은 새 입시제도에 대한 반대 의견을 강하게 밝혔다.

경기도 분당에서 온 고1 여학생(16)은 "우리의 별명은 '저주받은 89년생'"이라며 "새 대입제도는 사교육만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시내 고교 1학년부장과 생활지도부장 등 교사 600여 명도 집회장 주변을 지켰다. 경찰도 6000여 명이 배치됐으나 집회 시작 10여 분 뒤 대부분 철수하고 1700여 명만 남았다. 상당수의 학생은 경찰과 취재진, 교사들을 발견하고 발길을 돌렸다.

정송곤 서라벌고 1학년부장은 "학생들이 대입제도에 대해 잘못 알고 집회에 오고 있다"며 "학생들에게 새 대입제도에 대한 홍보를 더 해야겠다"고 말했다.

오후 7시 시작된 집회는 추모 편지 낭독, 추모 노래, 청소년 자유 발언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이날 행사는 당초 준비한 '입시경쟁 교육에 희생된 학생들을 위한 촛불추모제' 형식으로 진행됐지만 도중엔 새 대입제도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고3이라고 밝힌 한 여학생(18)은 자유발언에서 "고1 남동생이 시험 끝나고 우울해서 한강에 갔다는 말을 듣고 가슴이 아팠다"며 "교육제도가 바뀔 테니 참고 견디자"고 했다고 말했다. 오후 8시30분쯤 행사가 끝나자 학생들은 곧장 흩어졌다.

◆ "새 대입제도 흔들림 없이 추진"=교육부는 집회에 참가한 학생 수가 수백 명에 그친 데 안도하고 이날 밤 늦게까지 후속대책 마련을 논의했다. 김영식 교육인적자원부 차관은 "학생들이 길거리에 많이 나서지는 않았지만 여러 경로를 통해 불안감을 나타낸 만큼 학교 현장을 계속 살피겠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중간고사가 끝나는 대로 시.도교육청별로 ▶학습부담 요소▶과외 증가 정도▶학생 전학 현황▶예년 고1 중간고사와의 비교 등 실태를 조사토록 한 뒤 '학습부담 경감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특히 학교별로 학부모 설명회를 열어 내신만으로 대학에 간다는 오해를 바로잡고 대학과 모집단위에 따라 반영 과목이 다르다는 점도 홍보하기로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새 대입제도는 교육의 중심을 학교 밖에서 학교 안으로 끌어들여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한 최선의 대안인 만큼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 "14일 내신 등급제 반대 집회 열자"="5월 14일 등급제 폐지운동 시작합니다. 고1과 중학교 학생들도 모두 시위에 참여 바랍니다."

8일에도 '내신등급제 반대 추진' 인터넷 카페 등에는 학생들의 글이 이어졌다. 14일 광화문에서 내신등급제 반대를 위한 집회를 연다는 내용이다.

인터넷 단체 '두발제한폐지 서명운동(nocut.idoo.net)'은 14일 오후 3시 광화문에서 '두발제한 폐지, 학생인권 보장을 위한 거리축제'를 열 예정이다. 주최 측은 '내신등급제는 다루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으나, 학생들은 이 행사에 이어 오후 오후 6시부터 내신등급제 반대 집회를 열자며 참가를 독려하고 있다.

서울 A고의 최모(16)군은 "7일엔 학교에서 처벌한다는 방송이 나와 가지 못했다"며 "하지만 다음 주에 시험 끝나는 학생들이 있으니 14일에는 많이 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애란.백일현 기자 <aeyani@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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