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유대인' 중국-대만 가교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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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중국과 대만이 국부(國父)로 추앙하는 쑨원(孫文), 중국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鄧小平), 오늘의 싱가포르를 일군 리콴유(李光耀), 대만 전 총통 리덩후이(李登輝), 대만 최대 재벌인 포모사 플라스틱(台塑)그룹의 회장 왕융칭(王永慶).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이들은 모두 '하카(客家)' 출신이다.

하카는 한족(漢族)의 한 부류로 4세기 초 서진(西晋)말기와 12세기 초 북송 말엽 등 크게 두 차례에 걸쳐 중원의 전란을 피해 대규모로 화남(華南)의 산간지대로 이주한 한족을 일컫는다.

현재 쓰촨(四川).푸젠(福建).광둥(廣東) 등 중국 내 10여개 성에 6천만명, 대만과 홍콩.마카오 등지에 1천만명, 그외 세계 80여개 국가에 1천만명 등 약 1억명이 세계 전역에 흩어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 하카인들의 세계대회가 최근 푸젠성 룽옌(龍岩)에서 개최돼 주목을 받고 있다. 1971년 첫 대회가 홍콩에서 개최된 이래 16회째다.

지난 19일 시작된 대회의 주제는 '단결과 발전' . 특히 올해는 처음으로 무역상담회를 신설, '하카 경협 네트워크' 구축을 논의했다.

그러나 이번 하카대회가 유달리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우보슝(吳伯雄) 국민당 부주석의 참석 때문이다.

그는 쉬신량(許信良)전 민진당 주석을 비롯한 40명의 대만 하카 대표단을 이끌고 참가했는데 49년 국민당 장제스(蔣介石)정권이 대만으로 패퇴한 이래 51년 만에 대륙을 찾는 국민당의 최고위급 인사다.

그는 하카 대회가 끝난 뒤에도 28일까지 대륙에 머물 예정이다.

관측통들은 그의 방중(訪中)목적이 국민당 주석인 롄잔(連戰)의 중국 방문 길을 닦는 작업이라고 분석한다.

그래서 첸지천(錢其琛)부총리는 물론 장쩌민(江澤民)주석과 후진타오(胡錦濤)부주석 등 중국 공산당 실세들과의 면담설이 파다하다.

항간엔 連주석이 江주석과 만나게 되면 군벌타도(23년)와 항일전쟁(37년)을 위해 이뤄진 1, 2차 국공합작(國共合作)에 이어 '3차 국공합작' 이 실현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정권을 빼앗긴 국민당과 독립을 추진하는 천수이볜(陳水扁)총통 정권을 견제하려는 공산당의 이해가 맞아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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