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1점' 총력전…안하던 봉사활동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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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쉬운 수능 탓에 일선 고교에서는 '점수 짜내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소수점 한 자리 점수라도 올리기 위해 자원봉사를 신청하는 학생들이 속출하고 예년 같으면 큰 부담 없이 치렀을 졸업시험에서도 신경전이 치열하다.

또 교사들은 모의 면접시험 실시 등 논술.면접에서 0.05점이라도 더 받게 하기 위한 묘안을 짜내고 있다.

◇ 수험생의 점수 짜내기=21일 서울 K고 교무실엔 '지금 자원봉사 신청을 하면 늦지 않느냐' '대학 요구 시간이 몇 시간이냐' 는 학부모.학생들의 문의가 몰렸다.

60여개 대학이 일부라도 봉사활동 경력을 입시에 반영하기 때문이다. 현재 이 학교 3학년 학생 중 봉사활동 증명서를 낸 학생은 20% 남짓. 梁모(43)교사는 "졸업시험이 끝나면 따로 봉사활동 시간을 내줄 방침" 이라고 전했다.

졸업시험이 진행 중인 일선 고교 3학년 교실은 소수점 한 자리 점수라도 놓칠 수 없다는 비장한 의지가 감돈다.

서울 E여고 교사 李모(30)씨는 "학생들이 부정행위에 대해 어느 때보다 예민해 감독 교사를 두 배로 늘려 시험 감독을 하고 있다" 고 전했다.

서울 P고는 시험 감독을 철저히 해달라는 학부모들의 전화가 밀려와 반을 두 개로 나눠 시험을 치르는 한편 2차에 걸쳐 교차 채점키로 했다.

특히 평소 수능 모의시험 점수가 서울 강북.지방 고교 학생보다 높았던 서울 강남지역 학생들은 같은 수능점수대 타 지역 학생들보다 내신 점수가 불리해 초긴장 상태다.

강남 H고 학생 중 수능 3백70점대를 맞은 학생들의 평균 전체 석차는 상위 25%선인 반면 비 강남지역의 Y고는 이 점수대면 상위 10%에 속한다.

◇ 학교측의 숨은 점수 찾기=서울 경기고는 논술 대비책으로 서울대 등 5개 대학 선배들을 불러 논술 준비와 시험 노하우를 강의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한편 국어교사 외에 사회.과학.윤리.역사 담당 교사들도 동원, 특강팀을 짰다.

서울 경성고는 졸업시험이 끝나는 대로 면접 예상 질문을 개발하고 모의 면접을 주관하는 면접위원회도 구성키로 했다.

경성고측은 "학생들이 자신의 가치관과 교양능력을 드러내는 화법에 취약하다는 분석이 나와 모의 면접을 통해 보완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서울 등 대도시보다 논술준비 여건이 열악한 지방 학생들은 인터넷을 통해 부족한 교재와 강의를 보충하고 있다.

경남 마산 창신고 학생들은 인터넷 논술 강좌를 듣기 위해 수능 이후 30여명이 초고속 통신에 가입했다.

정용환.하재식.이경희 기자

◇2001학년도 대학 입시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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