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직장협, 지자체 의원 비리감시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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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지방자치단체의 6급 이하 직원들로 구성된 공무원직장협의회가 지방의회 및 지방의원들에 대한 감시를 선언하고 나서 곳곳에서 마찰을 빚고 있다.

협의회가 지방의회의 기능 감시는 물론 이권개입 등 개인비리까지 파헤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의회측은 "의정활동 침해" 라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 공무원직장협의회는 다음달 초 열리는 예산.결산 감사 때 시의회에 엄격한 심사와 함께 관련 자료를 요청할 방침이다.

협의회는 시의회가 11조3천5백억원으로 편성된 내년 예산안 가운데 불요불급한 예산을 통과시킬 경우 이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시를 상대로 예산집행 저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서울시의회측은 "공무원들이 주민의 대표기관에 자료제출을 요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이라는 입장이다.

대구지역 달구벌공무원직장협의회도 최근 대구시의회에 대해 일부 의원들의 이권개입 의혹을 해명하고 조치하라고 촉구하는 성명서를 냈다. 일부 의원들의 특정업체 납품압력설에 대한 진상을 밝히라는 주장이다.

이에 시의회측은 "사실이 아니다" 고 밝혔으나 협의회는 "현장에 근무하는 회원들로부터 구체적인 자료를 수집해 놓았다" 고 맞서 의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협의회는 또 지방의원들의 부당한 요구와 이권 챙기기 개입사례 등에 대한 회원신고센터를 설치, 접수된 내용을 확인한 뒤 공개할 예정이다.

경북도 공무원직장협의회는 홈페이지에 "L의원이 이권에 개입했다. 한심한 ×들. 정신나간 집단…" 등 지방의원들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

이에 맞서 지방의원들은 직장협의회 설치조례 폐지 서명운동을 추진, 직장협의회와 불화를 겪고 있다.

도의회는 전체 60명의 의원 중 40여명의 서명을 받은 상태다. 이에 앞서 포항시직장협의회도 지난 9월 초 "의원들의 청탁과 이권개입 사례를 공개하겠다" 고 밝혔었다.

경북대 김석태(金錫泰.행정학)교수는 "직장협의회가 제 목소리를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의회의 업무를 광범위하게 견제하는 데는 무리가 따를 수 있다" 며 "의원비리 등 특수한 경우에 한해 활동범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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