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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여고생 실종사건은 22세 여성의 자작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주 여고생 김은비양 실종사건'은 이모(여)씨가 가공의 인물을 내세워 벌인 자작극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조선닷컴이 4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경찰 조사 결과 김은비라는 사람은 애초에 없었고 생년월일도 모두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를 찾는 전단지에는 '1992년 2월 만17세'라고 적혀있으나 실제 인물은 1989년생 22세의 이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주경찰서 실종팀 관계자는 "이씨가 어머니와 함께 경찰에 자진출두해 조사를 받았다"며 "이름과 나이 모두 본인이 꾸며낸 거짓말이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씨의 외삼촌이 실종관련 뉴스를 보고, 그가 경기도에 있는 어머니 집에 있다는 것을 확인한 뒤 경찰에 신고했다"고 덧붙였다.

사건의 발단은 2006년 3월, 경북 경주시 구정동의 복지시설 성애원에 이씨가 찾아오면서 시작됐다. 그는 당시 "엄마가 경주버스터미널까지 함께 와 이 편지를 이곳에 전해주라고 하고 갔다"고 했다. 편지에는 이씨의 본명 대신 '김은비'라는 이름이 등장했다.

"은비는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릅니다. 이름이 은비일 뿐 성도 없습니다. 제가 19살 때 낳았습니다. 어떻게든 같이 살아보려 했지만 더 이상은 힘들어 염치 불구하고 맡깁니다. 부디 불쌍한 이 아이를 저 대신 키워주십시오."

이씨는 "엄마와 서울 은평구 수색동에 살았으며 학교는 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성애원측은 취학을 위해 이씨의 호적을 새로 만들어줬다. 초·중 검정고시에 합격한 이씨는 지역 명문인 경주여고에 진학했다. 제대로 학교를 다녔다면 고2의 학력을 가졌을 나이이기 때문에 우수한 성적을 거둘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4년을 지내온 이씨는 지난 달 5일 갑자기 자취를 감췄다. 기숙사 생활을 하던 이씨는 "성애원에 장학금 서류를 갖다 주겠다"며 학교를 나선 뒤 연락이 끊겼다. 이후 성애원에서 실종 신고를 했고 실종 다음날 경기 지역에서 휴대전화 통화사실이 확인됐으나 이후 행적은 묘연한 상태였다.

관할 경찰서인 경주 경찰은 전담팀을 꾸려 용인 경찰서와 공조수사를 펼쳐오다 지난 2일 이씨의 소재를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를 아무리 해도 단서가 안 나와서 이중호적을 의심해왔다"며 "2006년 당시 이씨가 공부를 하기 싫어서 가출한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씨를 조사했던 용인경찰서 실종팀 박병렬 경위는 "가출의 경위에 대해서는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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