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한자프린트 "에사 혼카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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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업의 미래는 작업 공정과 방식을 얼마나 지능적으로 결합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핀란드 토르쿠에 있는 한자프린트사의 에사 혼카 사장(58)은 성공의 노하우(Know-how)를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이 회사는 짧은 시간에 핀란드는 물론 스칸디나비아 최대의 인쇄업체로 급성장해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세계 1위의 휴대폰 제조업체인 노키아의 제품설명서와 유럽 각국의 25개 출판사가 의뢰한 코스모폴리탄, 엘르 등 180종류의 고화질 잡지를 찍어내고 있다.

한자프린트는 일간 신문사의 인쇄부서가 독립한 회사. 창립 8년 만이라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유럽 굴지의 인쇄업체로 자리를 잡은 비결은 무엇일까. 티모 케토넨 수석부사장은 "노키아와 같은 초일류 기업들을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었고 적기에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것이 성공 요인"이라고 했다.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하자 혼카 사장은 '작업공정의 디지털화'가 그 해답이라고 털어놓았다.

이 회사는 기획, 디자인, 인쇄, 제본만을 취급하는 단순한 인쇄업체가 아니다. 커뮤니케이션에 관련된 전 분야(a full range of services)에 걸친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이다. 이를 가리켜 이 회사는 프린트 플러스(Print +)서비스라고 부른다. 혼카 사장은 "전통적인 인쇄업에 더해서 우리는 지속적으로 고객과 협력을 통한 새로운 서비스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과 관련된 기획(planning), 발송(mailing)은 물론이고 물류(logistics) 서비스를 지원하는 정보기술(IT)서비스도 우리 사업의 일부"라고 설명한다.

한자프린트는 사업장의 디지털화를 위해 1996년 회사 설립 때부터 IT부문에 35명의 전문인력을 투입했다. "생산라인이 아닌 곳에 수십명의 인력을 배치하는 것은 신생 기업에겐 부담스런 투자였지만 결국 올바른 결정이었다"고 혼카 사장은 평가했다. 덕분에 강력한 IT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데이터베이스 사업인 미디어뱅크 등 부가가치 사업을 창출할 수 있었다.

한자프린트는 1997년부터 최첨단 장비 구축과 공정의 네트워킹화를 통해 경쟁력을 또 한차원 높였다. 이 회사는 인쇄에서 제본작업까지 일관공정 체제를 갖추었고, 이를 확인하고 감독할 수 있는 별도의 인쇄관리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또 이 회사는 투르쿠,반타,살로에 분산된 인쇄공장들이 공정상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도록 네트워킹작업을 완료했다.

연구개발(R&D)에 대한 과감한 투자도 한자프린트의 성공신화에 한 몫 했다. 한자프린트는 업계 최초로 인쇄용 잉크제조업체, 인쇄용지를 납품하는 제지업체 등과 함께 지난 1월 '미래인쇄센터(future printing center)'라는 연구기관을 설립했다. 이곳에서는 인쇄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와 개발, 시험을 전담하면서 혁신적인 인쇄기술을 개발하고 있는데 올 연말에는 인쇄물이 깜박이는(blink) 새로운 첨단 기술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와 별도로 헬싱키 공대 등 6개 대학및 각종 연구소와도 산학협동 체제를 갖춰 첨단 기술을 끊임없이 수혈받고 있다.

혼카 사장은 현재 세계인쇄 업계의 시장상황이 무척 좋지 않다고 우려했다. 수요는 오히려 줄어드는데 과잉 설비로 공급은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그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경쟁업체가 도산할 때를 기다리기보다 생산성 향상과 부가가치 서비스를 통해 확실하게 선도업체로 앞서 나가는 길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투르쿠(핀란드)=유권하 특파원

*** 한자프린트는

신문사서 분사 … 매출 30%가 수출

핀란드 제2의 도시 투루쿠에 본사를 두고 있는 북유럽 최대의 인쇄업체다. 1996년 미디어 기업인 TS그룹 소속 일간지인 투룬사노마트의 상업용 인쇄 사업부가 분사해 설립했다. 현재 회사 지분의 60%는 TS그룹이, 40%는 유럽 5대 잡지 그룹의 하나인 사노마매거진핀란드가 갖고 있다.

2003년 연간 매출액은 1억8300만 유로(약 2562억원)로 창립연도(당시 매출액 5000만유로)보다 3배 이상 늘었다.

노키아의 제품설명서(매뉴얼)를 찍어 유럽내 각 물류센터에 납품하는 사업에 참여하면서 매출이 크게 늘어났다. 핀란드 국내 인쇄시장의 45%를 장악하고 있다. 해외 인쇄물을 수주해 수출하는 비중도 늘고 있다. 라트비아 등 발틱 3개국은 물론 러시아, 스칸디나비아,영국 등을 공략해 수출이 회사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회사 창립 때부터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에사 혼카 사장은 1970년 투르쿠 대학을 졸업했다. 그는 일간지 투룬 사노마트에 입사한 이후 개발담당 이사 등 주요 관리직을 거쳤다. 혼카 사장은 1992년 당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시 부시장겸 해외위원장을 맡고 있던 블라디미르 푸틴 현 러시아 대통령을 초청해 전화번호부 인쇄물량을 따내는 등 노련한 영업력을 바탕으로 창립 8년 만에 한자프린트를 북유럽 최대의 인쇄업체로 키워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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