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가스 잡는 박테리아 사육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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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송사리 등 살아 있는 생물을 보면 집에서 길러야 직성이 풀렸다. 그런 기질이 공해물질을 잡아먹는 박테리아 배양 기술을 개발하는 밑거름이 됐다."

화학공장의 배출가스를 미생물로 정화하는 기술(QBF 시스템)로 국제 특허를 따낸 ㈜규바이오텍의 박용석 사장(44).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미생물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SK연구소에서 근무하던 중 생활하수를 잘 분해하는 박테리아들이 산업폐수처리장에서 독성을 못견디고 금방 죽어버리는 것을 보고 무릎을 쳤다.

"세살적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똑같은 현상을 보고도 동료는 미생물을 잡는 사업 힌트를 얻어 '팡이 제로'를 개발했고, 나는 어릴 때부터 뭐든 키우는 데 재미를 붙인 탓인지 그와 정반대로 독성에 견디는 특수박테리아를 개발했다."

박 사장은 벤처거품이 꺼져가던 2000년 11년간의 직장생활을 접고 후배 연구원 4명을 데리고 창업했다. 1년 만에 QBF시스템을 내놔 2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바라보고 있다. 현재 친정인 SK는 물론 삼성석유화학.SKC.효성바스프.동부한농 등 울산.여수의 15개 석유화학업체들이 규바이오텍의 제품을 쓰고 있다.

QBF(Quick bio filter)시스템은 생물을 이용해 오염물질을 신속히 걸러내는 장치다. 박테리아가 죽지 않도록 배출가스의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해 주는 것이 이 장치의 핵심기술이다. 공장에서 나오는 대기오염물질은 독성이 워낙 강한 데다 농도가 들쭉날쭉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공해물질을 잡아먹는 박테리아의 존재는 널리 알려졌지만 이를 이용한 산업체 배출가스 정화 장치 시장은 박 사장의 큐바이오텍이 주도 할 수밖에 없다.

큐바이오텍의 국내외 경쟁업체 대부분은 폭발 위험성이 큰 '고온고압방식의 화학처리'나 '소각 처리'의 정화시스템을 고집하고 있다. 큐바이오텍은 지난해 벤처대상을 받은 데 이어 지난달 울산시가 전담 직원까지 붙여 지원하는 '글로벌스타 벤처기업'에 뽑혔다.

울산=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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