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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연수원 나오자마자 판사 임용하는 제도 없애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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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로스쿨 도입에 따른 새 법관임용 방안’ 의결을 위한 사법정책자문위원회 회의가 3일 대법원에서 열렸다. 이홍구 위원장(오른쪽)이 회의에 앞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법정책자문위원회는 대법원장 자문기구로 사법정책과 관련된 각종 제도의 개선 방안을 논의 및 건의하기 위해 지난해 7월 출범했다. [연합뉴스]

사법연수원을 마친 사법시험 합격자 중 일부를 곧바로 판사로 임용하는 현행 제도는 폐지될 가능성이 커졌다. 대신 재판연구관이나 검사·변호사 등의 경력을 쌓은 법조인 중에서 판사를 선발하는 비율이 대폭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장 직속 자문기구인 사법정책자문위원회(위원장 이홍구 전 국무총리)는 3일 회의를 열고 “판사는 풍부한 경험과 사회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국민의 법 감정에 맞는 재판을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현재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새로운 법관 임용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이용훈 대법원장에게 건의했다. 자문위는 또 “변호사 등 법조 경력자를 법관으로 임용하는 방식을 더욱 확대해 중장기적으로 전면적인 법조 일원화를 실시해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지난해 7월 사법제도 개선을 위해 발족한 자문위는 이 위원장과 곽동효 전 특허법원장, 박재윤 전 대법관, 송인준 전 헌법재판관, 양삼승 대한변호사협회 부회장, 장명수 전 한국일보 대표, 홍복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건의는 최근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와 MBC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무죄 선고 등 ‘편향 판결’ 논란과도 연관된 것이다. 홍복기 교수는 “경험과 균형 감각을 갖춘 법조인을 판사로 임용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선 이미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 않느냐”며 “법조계 전반에 굉장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의문에 따르면 사법연수원 수료자와 로스쿨 졸업자 중에서 법원의 재판연구관으로 선발해 최소 2년 이상 실무 경험을 쌓게 한 다음 능력과 자질에 대한 검증을 거쳐 이 중 일부만 판사로 선발하자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 대법원장의 건의문 수용을 전제로 “로스쿨 졸업자는 첫 졸업자가 배출되는 2012년부터, 사법연수원 수료자의 경우 이르면 2013년부터 새로운 제도가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법원장은 자문위 건의 내용을 검토한 뒤 조만간 법관 인사 개혁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법원조직법 개정 등 입법 작업도 뒤따르게 된다. 인사 개혁안은 2월 임시국회부터 가동되는 국회 사법제도개선특위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한나라당 사법제도개선특위 이한성 의원은 “우리 당이 추진해온 완전한 경력 법관제에는 못 미치는 것”이라며 “재판연구관 제도를 운영할 것이 아니라 변호사와 검사 등 법원 외부에서 판사를 선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판사 선발 기준도 바뀔 듯=자문위가 “법관 임용에 있어 객관적이고 공정한 선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시함에 따라 판사 선발 기준도 전면 재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자문위는 “법관으로서의 자질과 능력은 단순히 시험성적이나 법률지식의 수준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며 “법관의 기본적 자질로서 요구되는 공정성, 판단력, 소통 능력, 인성 및 도덕성 등 전인격적인 요소를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로스쿨 졸업자가 치르는 변호사 시험은 통과 여부만 따지는 자격시험인 만큼 그 성적을 임용 대상 평가에 반영하기 어렵다”며 “심층면접이 그 대안으로 검토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진배·최선욱 기자

◆법조 일원화=법원 외부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 중에서 판사를 뽑는 제도. 판사의 서열화·관료화를 막고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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