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편 어려운 단독주택, 아파트처럼 관리해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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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2일 전주시 인후동에서 송하진 전주시장(앞줄 왼쪽에서 셋째)등이 참석한 가운데 해피하우스 전주센터 개소식이 열렸다. [전주시 제공]

박모(83)할머니 집은 손자들과 함께 사는 조손 가정이다. 전주시 완산구 덕진구 인후동 백제로 근처에 있는 집은 지은 지 20년이 넘은 단독주택이다. 비가 오면 지붕 한쪽으로 물이 스며들 정도로 낡았다. 하지만 손을 볼 사람이 없는 데다 형편이 여유롭지 못해 불편함을 그냥 참고 살고 있다. 부엌은 상수도 배관이 깨져 2~3년째 물이 새고, 화장실 세면대는 다리가 부러져 사용하지 못한 채 방치하고 있다. 난방비가 많이 나오는 게 무서워 한겨울에도 대부분 보일러를 꺼 놓고, 전기장판에 의지해 생활하고 있다.

3일 박 할머니의 집에 ‘해피하우스센터’ 직원들이 찾아왔다. 이들은 주방·세면대 등을 말끔히 수리했다. 또 집 대문의 계단에는 전기선을 끌어내 가로등을 달았다. 고령의 박 할머니가 어두운 밤중에 문밖 출입을 하다 넘어지면 큰 부상을 당할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박 할머니는 “집안 곳곳에 고장 난 곳이 많지만 고쳐 줄 자식마저 없는 데다 돈이 들까 봐 일꾼을 부르지도 못하고 불편을 감수하면서 그냥 참고 살아왔다”며 “이렇게 고쳐 주니 너무나 고맙고 감사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단독주택에 아파트식 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해피하우스센터’가 전주시에 문을 열었다. 전주시 덕진구 인후동 주민자치센터 2층에 입주한 해피하우스센터는 2일 전국 최초로 개소식을 가졌다. 국토해양부가 펼치는 해피하우스 사업은 전주시와 서울 마포구, 대구 서구 등이 시범 지역으로 선정됐다.

해피하우스센터에는 전주시청 공무원과 한국토지주택공사·에너지관리공단 등에서 파견한 전문인력 8명이 상주한다. 이들은 단독주택을 대상으로 주택 유지관리 서비스와 에너지효율 개선 서비스, 주거복지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수도관 누수나 보일러 동파, 가스 유출, 누전 등 긴급한 서비스는 무상으로 응급조치를 해준다. 태양광·태양열 등 신재생에너지 활용 시설을 설치하는 비용은 80%를 지원한다.

창틀이나 문짝 교체, 지붕 수리 등 재료 비용이 들어가는 일은 수익자 비용 부담이 원칙이다. 다만 국민기초생활 수급대상자 중 주택이 자기 소유인 사람들에게는 주택 개·보수 비용으로 가구당 600만원까지 지원한다.

전주시 해피하우스센터는 올해 인후동 주변 저소득층 800여 가구에 서비스를 제공한다. 앞으로 주변 3000여 가구로 범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서비스 문의는 전화(1577-2589)나 인터넷(happyhouse.city.go.kr)으로 하면 된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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