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우유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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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영어 팩(pack)은 꾸러미·보따리·짐을 뜻한다. 팩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보면 ‘비닐 또는 종이로 만든 작은 용기(容器)’라는 뜻풀이가 나오고 그 용례로 ‘우유 팩’ ‘비닐 팩’이 실려 있다. 팩에는 담배의 한 갑이란 뜻도 있다.

“우유곽을 이용해 좌석에 개별 휴지통을 부착한다.” “우유곽을 펴서 햇빛가리개로 사용하자.” “우유곽을 펼친 종이에 번호를 써서 바닥에 붙여 두어 들어오는 순서대로 그 번호에 서 있다가 차례대로 업무를 보게 한다.”

흔히 ‘우유 팩’이 많이 사용되지만 예문처럼 ‘곽’도 항간에서 쓰이고 있다. 하지만 작은 상자란 뜻의 ‘곽’이 비표준어로 정리된 지는 꽤 오래된 듯하다. 이희승 국어대사전(1988)에서 ‘곽’을 찾아보면 ‘갑(匣)’으로 가 보라고 돼 있다. 표준국어대사전도 ‘갑’이 표준어라고 알려 준다. 그러나 ‘곽’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벌통에서 떠낸 꿀을 모아 담는 큰 통을 ‘꿀곽’이라 하기 때문이다.

‘갑’은 물건을 담는 작은 상자를 의미한다. 따라서 우유를 담아 두는 갑이란 뜻으로 ‘우유곽’ 대신 ‘우유갑’을 쓰는 것이 바르다. 같은 이유로 ‘성냥곽’ ‘분(粉)곽’도 각각 ‘성냥갑’ ‘분갑’이 바른말이다.

최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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