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거장 '오슨 웰스' 회고전 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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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할리우드의 아웃사이더' '저주받은 작가' 등으로 불리는 미국 영화의 거장인 오슨 웰스(1916~85)의 작품세계를 한눈에 돌아보는 회고전이 18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서울시네마테크(정동 스타식스 6관.02-720-8702)에서 열린다.

고전.예술영화를 짜임새 있게 소개할 목적으로 설립된 서울시네마테크의 개관 기념전이다. 미국이 배출한 천재적 감독인 오슨 웰스를 국내 처음으로 천착하는 자리다.

웰스는 데뷔작 '시민 케인' (1941) 하나로도 영화사의 한 장을 채웠던 인물. 각종 영화 관련 저작에서 다른 어떤 감독 이상으로 비중있게 다뤄질 만큼 그가 20세기에 남긴 영향은 지대하다.

반면 생전의 웰스는 할리우드의 상업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해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한 감독으로도 유명하다.

언론 재벌 케인의 삶을 정교한 내러티브와 혁신적인 기법으로 소화했던 '시민 케인' 은 당시 신문계 거물이었던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의 눈에 거슬려 제작.상영.배급 등에 큰 타격을 입기도 했다. 지금 이 작품은 수많은 예비 영화 작가들의 연구 텍스트로 사용되고 있다.

웰스 회고전에선 모두 12편이 소개된다. 저작권 문제로 대표작 '시민 케인' 을 상영 못해 아쉬움도 있으나 두번째 작품 '위대한 앰버슨가' (42), '상하이에서 온 여인' (47)등 그의 필름 인생을 일러주는 화제작을 두루 포함했다.

'위대한 앰버슨가' 는 산업화 과정에서 몰락하는 미국 귀족을 조명한다. 형식의 새로움보다 시대.인물에 대한 차분한 탐구가 돋보인다.

웰스의 아내가 된 리타 헤이워스가 출연한 '상하이의 여인' 은 백만장자의 배에 승선한 아일랜드 선원을 그린 느와르의 고전. 마지막 거울 방에서의 총격신은 이후 수많은 영화가 모방할 정도였다.

이밖에 미국.멕시코 국경을 무대로 두 나라 경관의 갈등을 담은 '악의 손길' (58), 독일 작가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을 영화화한 '심판' (62), 그림 위조꾼의 다큐멘터리를 재편집한 '거짓과 진실' (74) 등이 상영된다.

웰스는 '오셀로' (52), '심야의 종소리' (66) 등에선 셰익스피어를 재해석하는 등 고전에 대한 열정도 대단했다.

70년부터 15년 동안 그와 함께 일했던 촬영감독 개리 그레이버가 웰스의 작업방식을 직접 들려주는 강연회(26일)도 영화 애호가에겐 귀한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네마테크 임재철 대표는 "웰스의 위대함은 전통과 현대를 동시에 껴안으려는 데 있다" 며 "그동안 말로만 듣던 그의 진가를 만끽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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